시인 정숙자 무료한 날의 몽상 막대기가 셋이면 자字를 쓴다 내 뼈마디 모두 추리면 몇 개의 자字 쓸 수 있을까 땀과 살 흙으로 돌아간 다음 물굽이로 햇빛으로 돌아간 다음 남은 뼈 오롯이 추려 시시시시시시시...... 이렇게 놓아다오 동그란 해골 하나는 맨 끝에 마침표 놓고 다시 흙으로 덮어다오 봉분封墳일랑 돋우지 말고 평평하게 밟아다오 내 피를 먹은 풀뿌리들이 짙푸른 빛으로 일어서도록 벌레들 날개가 실해지도록... 가지런히 썩은 자字를 이슬이 먹고 새들이 먹고 구름이 먹고 바람이 먹고... 자꾸자꾸 먹고 먹어서 천지에 노래가 가득하도록... 독을 숨기고 웃었던 시는 내 삶을 송두리째 삼키었지만 나는 막대 기 둘만 있으면 한 개 부러뜨려 자字를 쓴다 젓가락 둘 숟가락 하나 밥상머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