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의 편지 2

도종환 시인의 편지 : 오늘 하루를 아름답게 사세요

오늘 하루를 아름답게 사세요 지난 주에 외사촌형과 친구가 같은 날 죽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병원 영안실에 나란히 누워 있었습니다. 외사촌형은 오후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져 말 한 마디 못하고 죽었고, 친구는 지난 해부터 간암으로 많이 고생하다가 죽었습니다. 친구가 죽기 전에 병원을 찾았을 때 병든 육신을 안고 고통스러워하던 생기 없는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려서는 내가 외가에서 자랐기 때문에 외사촌형을 친형처럼 생각하고 살았는데 성장하여 각자 가정과 일을 가지고 사는 동안 발걸음이 뜸해져 자주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쓰러져 흙 속에 묻히는 걸 지켜보면서 형이 어려울 때 밥 한끼 대접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눈물이 났습니다. 형을 땅에 묻고 돌아오는 길에 꽃집에 들러 빨간 장미 ..

도종환 시인의 편지 : 외롭지 않아요?

외롭지 않아요? 도 종 환 “외롭지 않아요?” “고요해요.” “평온하겠네요?” “조금은 쓸쓸해요.” 나무와 나는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서 있습니다. 시골로 내려와 혼자 지내는 동안 봄이, 여름이, 가을이 골짜기를 스쳐 지나가고 이제 겨울 끄트머리에 와 있습니다. 처음 이 숲에 들어 와서 나무를 만났을 때 나는 “오랜 날 그대도 혼자였군요.” 그렇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나무는 대답대신 나뭇가지로 허공을 톡톡 건드리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숲에 살면서 나도 오랜 날 혼자였어요.” “알고 있어요.” “나를 한 번만 따뜻하게 안아 줄래요.” “당신이 먼저 한 발짝만 제게로 오세요.” “우린 너무 오래 외로운 혼자였어요.” 나무를 꼭 끌어안고 나는 나무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우리 모두는 저마다 외로운 하나의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