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의 편지

도종환 시인의 편지 : 오늘 하루를 아름답게 사세요

ohmylove 2011. 3. 26. 23:30


오늘 하루를 아름답게 사세요

                                                                  
지난 주에 외사촌형과 친구가 같은 날 죽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병원 영안실에 나란히 누워 있었습니다. 외사촌형은 오후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져 말 한 마디 못하고 죽었고, 친구는 지난 해부터 간암으로 많이 고생하다가 죽었습니다. 친구가 죽기 전에 병원을 찾았을 때 병든 육신을 안고 고통스러워하던 생기 없는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려서는 내가 외가에서 자랐기 때문에 외사촌형을 친형처럼 생각하고 살았는데 성장하여 각자 가정과 일을 가지고 사는 동안 발걸음이 뜸해져 자주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쓰러져 흙 속에 묻히는 걸 지켜보면서 형이 어려울 때 밥 한끼 대접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눈물이 났습니다.


형을 땅에 묻고 돌아오는 길에 꽃집에 들러 빨간 장미 한 송이를 샀습니다. 꽃접시에 장미 한 송이를 꽂고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죽어 흙에 묻히고 나면 사람일지라도 지금 살아 있는 꽃 한송이만 못합니다. 우리도 시들어 떨어지기 전까지 살아 있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부디 아름답기를 소망합니다.


죽음은 우리가 왜 아름답게 살아야 하는 가를 가르칩니다. 죽음은 우리가 왜 가치 있게 살아야 하는 가를 가르칩니다. 우리는 반드시 죽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내일 저녁 퇴근길일 수도 있고 이십 년 뒤의 어느 저녁일수도 있습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살아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제한된 시간을 삽니다. 영원히 사는 게 아닙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늘 영원히 지금처럼 살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주어진 기간동안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하루하루를 기분 좋게, 가슴 뿌듯하게 살아야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행복하게, 아름답게 살려고 해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얼마 정도의 돈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조금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평생 지금보다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삽니다. 그래서 돈에 매여 삽니다. 어느 정도의 지위가 필요하냐고 물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느 정도의 힘, 어느 정도의 명예가 필요하냐고 물어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조금 더’ 그렇지요, 조금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늘 그것에 매여 삽니다. 그래서 늘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면 순간 순간이 행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적은 게 아니다 라고 생각하면 그날 그날이 행복합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이 상태로도 만족할 수 있고 기뻐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상태로도 남을 도와주고 베풀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알게 되면 기쁜 마음으로 살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영혼이 나와 함께 하는 동안 삶은 아름답습니다. 그 영혼이 늘 나와 함께 하리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늘 그 영혼이 나를 떠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영혼이 함께 하는 동안 그 영혼이 가리키는 길을 가십시오. 그게 가치 있게 사는 길입니다. 그렇게 살라고 우리에게 생명을, 삶을 주신 것입니다. 은전 몇 푼에 영혼을 팔지 마십시오. 악마는 그걸 사려고 늘 당신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헛된 명예와 이름을 얻으려고 당신 가슴 깊은 곳에 오랜동안 키워온 온 의로운 마음을 야차들에게 주지 마십시오. 손해보는 장사를 하는 마구니들은 없습니다. 당장은 내가 이익을 얻은 것 같아도 오늘 그들에게 팔아치운 의로운 마음 때문에 오래오래 괴로워하게 됩니다.


오늘 하루를 아름답게 사십시오, 이 하루를 사무치게 사십시오. 물 한 모금 앞에서도 솔직하게 사십시오. 햇볕 한 줌 앞에서도 모래 한 알 앞에서도 당당하게 사십시오. 그러려고 우리가 지금 살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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