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의 편지

도종환 시인의 편지 : 외롭지 않아요?

ohmylove 2011. 3. 26. 23:28


 외롭지 않아요?

                                                                 도 종 환
“외롭지 않아요?”
“고요해요.”
“평온하겠네요?”
“조금은 쓸쓸해요.”
나무와 나는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서 있습니다.
시골로 내려와 혼자 지내는 동안 봄이, 여름이, 가을이 골짜기를 스쳐 지나가고 이제 겨울 끄트머리에 와 있습니다.
처음 이 숲에 들어 와서 나무를 만났을 때 나는 “오랜 날 그대도 혼자였군요.” 그렇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나무는 대답대신 나뭇가지로 허공을 톡톡 건드리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숲에 살면서 나도 오랜 날 혼자였어요.”
“알고 있어요.”
“나를 한 번만 따뜻하게 안아 줄래요.”
“당신이 먼저 한 발짝만 제게로 오세요.”              
“우린 너무 오래 외로운 혼자였어요.”
나무를 꼭 끌어안고 나는 나무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우리 모두는 저마다 외로운 하나의 개체로 살고 있지요.
그렇게 만나 나무와 나는 함께 푸르렀다가 무성하였다가 다시 그동안 쌓은 것을 하나씩 버리고 처음처럼 빈 몸이 되어 겨울을 견디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엔 한글 정자체 쓰기를 하였습니다. 한글 쓰기 교본을 사다가 ‘가’자부터 천천히 공들여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나이에 이 무슨 퇴행적인 짓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겨울 아침 글자 하나 하나를 반듯하게 다시 쓰는 일부터 하고자 하는 건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동안 정신 없이 살아오면서 잃어버린 기본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싶어서입니다. 난필이 습관이 되어버린 것처럼 삶에도 어지러운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 많습니다. 난필로 어지럽게 남긴 글씨들에 대한 부끄러움을 지닌 채 쫓기며 살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반듯하게 생각하고 쓰고 하자는 생각도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저도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는 편안한 직장을 내놓고 다시 들판을 누비며 살아가는 생활을 해야합니다. 다시 홀로서야 하는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저는 하루에 다만 한시간 반시간씩이라도 한글 쓰기를 하고자 합니다. 연필을 놓고 나와 뜰을 거니는데 나무가 느릿느릿 말을 건넵니다.
“외로우면 홀로 서지 마세요.”
“왜요?”
“자신 있을 때 홀로 서세요. 홀로 튼튼하지 못하면 나무도 되지 못하고 숲도 이루지 못해요. 지금 외로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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