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칠환 시인의 "이 아침에 만나는 시" 春信 - 유치환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 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그 자리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 시집 ‘旗빨’(정음사) 중에서 까만 교복, 빛나는 모표, 새 가방을 들고 봄물보다 더 설레는 마음으로 줄달음치던 시오리 길, 중학교 신입생 시절. 국어책 속에 실려 있던 이 시는 얼마나 내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가. 나는 아직도 이보다 아름다운 봄소식을 알지 못한다. ‘꽃등인 양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