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칠환 "아침에 만난 시" 6

이지엽, "겨울우화"

반칠환 시인의 "이 아침에 만나는 시" 고추씨 오쟁이에 바람 한 줄 살금 딛고 가는 겨울 한낮 입 꽝 벌린 장독대 항아리들 금줄에 걸린 햇살들이 때 절은 문지방 애써 기어오르다 고드름 끝에 쨍그랑 부서진다 그러자 직립으로 낙하하는 물방울 그 투명한 속살 그 살결 파고들어 마악 길 떠나려는 찰나 그 밑에서 한가하게 한 세월 좋게 넘어가던 고양이가 그만 그 살가운 파고듦에 밥그릇을 뒤엎고 등을 세우며 부르르 떨고 선다 내게 왔다가 가버린 사랑은 늘 그러하였다 -시집 ‘씨앗의 힘’(세계사) 중에서 ‘동작 그만!’ 세상 만물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조리 발가벗긴 채 꽝꽝 언 들판에서 ‘얼차려’ 시키던 동장군(冬將軍)의 위용이 어째 무력해진 요즘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저이의 기합소리가 대부분 허풍이었음이 드러나고야..

이지엽, "겨울우화"

반칠환 시인의 "이 아침에 만나는 시" 고추씨 오쟁이에 바람 한 줄 살금 딛고 가는 겨울 한낮 입 꽝 벌린 장독대 항아리들 금줄에 걸린 햇살들이 때 절은 문지방 애써 기어오르다 고드름 끝에 쨍그랑 부서진다 그러자 직립으로 낙하하는 물방울 그 투명한 속살 그 살결 파고들어 마악 길 떠나려는 찰나 그 밑에서 한가하게 한 세월 좋게 넘어가던 고양이가 그만 그 살가운 파고듦에 밥그릇을 뒤엎고 등을 세우며 부르르 떨고 선다 내게 왔다가 가버린 사랑은 늘 그러하였다 -시집 ‘씨앗의 힘’(세계사) 중에서 ‘동작 그만!’ 세상 만물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조리 발가벗긴 채 꽝꽝 언 들판에서 ‘얼차려’ 시키던 동장군(冬將軍)의 위용이 어째 무력해진 요즘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저이의 기합소리가 대부분 허풍이었음이 드러나고야..

이지엽, "겨울우화"

반칠환 시인의 "이 아침에 만나는 시" 고추씨 오쟁이에 바람 한 줄 살금 딛고 가는 겨울 한낮 입 꽝 벌린 장독대 항아리들 금줄에 걸린 햇살들이 때 절은 문지방 애써 기어오르다 고드름 끝에 쨍그랑 부서진다 그러자 직립으로 낙하하는 물방울 그 투명한 속살 그 살결 파고들어 마악 길 떠나려는 찰나 그 밑에서 한가하게 한 세월 좋게 넘어가던 고양이가 그만 그 살가운 파고듦에 밥그릇을 뒤엎고 등을 세우며 부르르 떨고 선다 내게 왔다가 가버린 사랑은 늘 그러하였다 -시집 ‘씨앗의 힘’(세계사) 중에서 ‘동작 그만!’ 세상 만물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조리 발가벗긴 채 꽝꽝 언 들판에서 ‘얼차려’ 시키던 동장군(冬將軍)의 위용이 어째 무력해진 요즘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저이의 기합소리가 대부분 허풍이었음이 드러나고야..

꽃등인 양 창 앞에 피어오른 살구꽃

반칠환 시인의 "이 아침에 만나는 시" 春信 - 유치환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 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그 자리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 시집 ‘旗빨’(정음사) 중에서 까만 교복, 빛나는 모표, 새 가방을 들고 봄물보다 더 설레는 마음으로 줄달음치던 시오리 길, 중학교 신입생 시절. 국어책 속에 실려 있던 이 시는 얼마나 내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가. 나는 아직도 이보다 아름다운 봄소식을 알지 못한다. ‘꽃등인 양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

꽃등인 양 창 앞에 피어오른 살구꽃

반칠환 시인의 "이 아침에 만나는 시" 春信 - 유치환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 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그 자리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 시집 ‘旗빨’(정음사) 중에서 까만 교복, 빛나는 모표, 새 가방을 들고 봄물보다 더 설레는 마음으로 줄달음치던 시오리 길, 중학교 신입생 시절. 국어책 속에 실려 있던 이 시는 얼마나 내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가. 나는 아직도 이보다 아름다운 봄소식을 알지 못한다. ‘꽃등인 양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

꽃등인 양 창 앞에 피어오른 살구꽃

반칠환 시인의 "이 아침에 만나는 시" 春信 - 유치환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 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그 자리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 시집 ‘旗빨’(정음사) 중에서 까만 교복, 빛나는 모표, 새 가방을 들고 봄물보다 더 설레는 마음으로 줄달음치던 시오리 길, 중학교 신입생 시절. 국어책 속에 실려 있던 이 시는 얼마나 내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가. 나는 아직도 이보다 아름다운 봄소식을 알지 못한다. ‘꽃등인 양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