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러브레터"

사랑의 나무를 가꾸는 것은 인간의 몫입니다

ohmylove 2007. 12. 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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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뜻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여자는 늘 삐걱거립니다. 여자는 남자를 지배하려 하고, 남자는 여자를 노예로 만들려 하고, 가끔은 가까이 있는 게 무거워서 홀가분하게 벗어나려고 합니다. 하느님은 세상과 인간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인간에게 사랑을 가르치는 일은 실패했는지도 모릅니다. 지상에서의 종교의 번성은 그 실패의 증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실패한 하느님을 나무라고 야유할 자격이 인간에게는 없습니다. 이 세상에 사랑의 나무를 심은 것은 하느님의 일이지만, 그 나무를 가꾸고 키워 가는 것은 오로지 인간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태초에 하느님이 여자를 만들 때,


남자의 머리로 여자를 만들지 않은 이유는


여자가 남자를 지배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남자의 발로 여자를 만들지 않은 이유는


여자가 남자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남자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든 이유는


여자가 항상 남자의 마음 가까이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탈무드> 중에서


* 이 글은
안도현 시인 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