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시 한편

새들은 가슴으로 집을 짓는다 - 2007년을 보내며

ohmylove 2007. 12. 31. 15:38



No. 9 0 0
2007년 12월 31일(월)

 


새들은 가슴으로 집을 짓는다

김정선

사람은 손과 발이 있어도
스스로 벽돌을 쌓지는 않는다
하지만 손이 없는 새들은
사랑의 둥지를 틀기 위해
하얗게 여린 가슴으로
벽돌을 쌓아 올린다
가시 삐죽 나온 나뭇가지
그 가시에 가슴이 찔려도
또다시 후두둑 날아가 물고 온
가시나무로 쌓는다 한층 두층....


튼튼한 둥지를 만들기 위해
때론 상처가 날지라도
여린 깃털이 피에 젖어도
가슴으로 꾹꾹 눌러 가면서
그렇게 모난 벽돌을 쌓고나면
태어 날 아기 새,
혹여 가시에 상처 날까
갈대가지, 밀대, 낙옆 잎새 들 모아
부르럽게 벽을 바른다
솜털처럼 아늑한 집
찔리는 아픔 악물고 쌓아올린
허름 하지만 가장 값진 집  한 채
목련나무 가지위에 짓기위해


새들은
가슴으로 집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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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커 친구 publik_oberberg의 사진

2007년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이 시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사랑을 하면서, 일을 하면서, 가슴으로 하지 않았던 적이 있는 지.
사랑하는 척, 부드러운 척, 친구인 척, 아픈 척은 하지 않았는 지.
바쁜 척, 끊은 척, 늦은 척 하지 않았는 지.

가끔 내가 지금 짓고 있는 세상에서의 집짓기가
내 자신 개인의 의미로만 한정이 되어 있지는 않은 지.

지금 짓고 있는 이 집이 내 가슴으로부터도 멀어져 있는 듯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번 새해 맞이에도 따뜻한 정열의 가슴으로
다시 다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먼저 가슴으로 집을 짓고 싶습니다.

이병하 드림.(운영자에게 사연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