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시 한편

막차가 끊긴 풍경 : 작은 약속 지켜주는 사람 되기

ohmylove 2007. 12. 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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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가 끊긴 풍경

전성규    



막차를 놓친 사람들로
터미널 불빛은 썰렁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외투 깃을 올려 세운 채
움츠린 발걸음으로 대합실 출구를
빠져나가고
가게문을 닫는 상점의 셔터소리가
찬바람에 실려 낙엽처럼
떨어졌다.


죽은 가랑잎 하나가
무심한 발길에 채여 캄캄한 바람 위에
누워 있었다.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은
한마디 위로의 말도 없이
어둠 속으로 급히 뛰어 들고 있었다.


막차를 놓친 사람들은
밤거리가 유혹하는 낯선 불빛을 따라
하나 둘 네온 속으로 숨어들고,
잃어버린 막차가 다시
따스한 불빛으로 되돌아올 때까지


사람들은 그렇게
밤의 숲 속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느낌 나누기

 

막차가 끊겼으면, 끊긴대로 걸어서라도 가야겠습니다.
그 풍경은 사람의 밑바닥까지 보여주고,
일상의 힘겨움들이 나뒹기는 것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약속이 있다면,
걸어서라도 가야겠습니다.

막차는,
따스한 가슴 한껏 나눌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타세요.
놓쳤더라도,
두 손 잡고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말이죠.

가로등 불빛만 가득한 거리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온기를 느끼며,
입김을 느끼며,
작은 약속 지켜주는 그 사람에게 푹 기대어,
함께 걸으세요.

막차가 끊긴 도시의 풍경은 삭막하기도 하고,
황량하기도 하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노래부르며,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막차는 혼자 타지 마세요.
설사 막차가 끊겼을 때에도 혼자 있지 않도록 말이죠.

이병하 드림.

* 이 글은 2003년 12월 16일(火요일, 제 632호로 발행되었습니다.
* 지난 시 한편은
러브젝트닷컴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