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시 한편

연필 깎는 시간 : 내게 허용된 사랑을 다 써버리지 않았습니다.

ohmylove 2007. 12. 2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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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야스 갤러리



연필 깎는 시간

김재진    



마음속에서 누군가
속삭이듯 이야기할 때 있습니다.
 
 
사각거리며 걸어가는 눈 위의 발소리처럼
내 마음속의 백지 위로 누군가
긴 편지 쓸 때 있습니다.
 
 
한 쪽 무릎 세우고
뭔가를 깎아 보고 싶어 연필을 손에 쥡니다.

 
주전자의 물이 끓는 겨울 저녁 9시
유리창엔 김이 서립니다.
내 마음에도 김이 서립니다.
 
 
때로 몸이 느끼지 못하는 걸
마음이 먼저 느낄 때 있습니다.
 
 
채 깎지 않은 연필로 종이 위에
'시간'이라 써 봅니다.
좀더 크게 '세월'이라 써 봅니다.

아직도 나는
내게 허용된 사랑을 다 써버리지 않았습니다.


느낌 나누기

연필 많이 이용하세요?
요즘은 메모장에 볼펜보다는 연필로 메모를 합니다.
직장에서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을 나름대로 몇 줄 적을 때 쓰입니다.

가끔씩은,
마음에 김이 서릴 때에는,
연필을 한번 잡아봐야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마음을 담은 몇 줄의 짧은 글을 적으며
썼다가 지우고, 채웠다가 지우는 그 시간들이
참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삶의 여백을 조금씩 채워주는 사람들에게,
연필 잡고 편지 한번 써보세요.
지우고 지우고 또 지우고,
내 마음에 찰 때까지 한번 써보세요.
내 마음의 백지가 가득 채워질 수 있도록.


이병하 드림.

 


* 이 글은 2003년 12월 12일(金요일), 제 629호로 발행되었습니다.
* 지난 시 한편은
러브젝트닷컴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