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허 딴 생각

오늘 하루 : 눈, 커피 한잔, 꿈

ohmylove 2007. 12. 2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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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하루 - 눈
새벽부터 또 난리였다.
너도 나도 집밖으로 튀어 나와 누가 먼저 쓸어 담을라 눈을 모아서 담기에 분주했다. 벌게진 눈, 핏발선 눈초리를 흘리면서 너도 나도 눈을 쓸어 담는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얼만 안 되었다.
갑자기 눈이 설탕으로 이루어져 버린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제일제당과 삼양사는 부도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많은 역사학자들은 좀더 일찍 눈이 설탕이었더라면, 아프리카 흑인들이 먼 아메리카에 끌려와 노예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 한탄하고 있다. 또한 백색 재벌이라고 일컬어지던 한국전쟁 이후 삼성과 그 밖의 재벌의 성장과 발전은 지금과는 달라졌을 거라면서 역사의 아이러니니 뭐니 하며 아쉬워 하고 있다.
제발 제집앞 눈좀 치우라던 구청 홍보차도 사라졌다. 제설 작업에 동원되던 차가 눈을 끌어 모으는 차로 개조 되었다. 시청도 구청도 난리다. 혹시나 또 하늘의 변화로 언제 다시 설탕이 물이 될지 모른다며, 내릴 때 끌어 모으자고 정부도 시민도 모두 난리다.
신난 것은 농민들이다.
팔 수 없는, 돈 안되는 논밭뙤기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으니까. 특별법으로 제 땅에 내린 눈은 제 것으로 해석한다는 법마저 통과되고 보니, 그렇잖아도 시름 앓던 농민들의 얼굴이 환히 펴져다고도 한다.
이런 세상의 난리법석을 밤새워 봤다.
그런데 드는 생각.
'나는 그래도 눈이 물이 었던 때가 더 좋았는데, 차라리 설탕으로 내릴라 치면, 논밭에, 가난한 이들, 가지지 못한 자들의 집에만 살짝 내렸으면', 싶어졌다.



2. 오늘 하루 - 커피 전쟁
어김없이 신문을 들었다.
어제 또 시위가 있었단다.
이번에는 국회의원까지 들고 일어섰단다.
'커피 아니면 죽음을 달라'
'커피 공급 제대로 못하는 정권은 물러가라'
커피의 공급 중단. 기후 이변인지 하늘의 농간인지 한날 한시에 전 세계의 모든 커피농장의 커피가 말라 죽었다. 씨를 다시 뿌려도 싹이 돋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앞다투어 세계 각국 정부는 커피 확보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말빨 거센 지식인들 마저도 커피 없는 세상의 절망을 참지 못하는지 정부의 무능력한 커피 행정을 나무라고, 이 사태가 계속 된다면 문명의 와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난리다.
언론, 출판, 기타 인간의 정신활동으로 얻어지는 대부분의 산물들이 줄어들었다. 커피가 없다는 이유로 절필과 창작 행위가 이루어 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인지 벌써 부터, 종말론이 기승이다.
인류의 재앙이다, 신의 심판이다. 모두 겸허하게 커피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으로 반성하며, 신의 자비를 기다리자. 또는 이 세계에 이제 커피는 끝이다, 내세의 천국에는 커피가 그득한 훌륭한 신세계가 있다며 자살클럽까지 조직되어 가고 있다.
심지어는 커피를 다시 생산해낼 기술을 발견한다면, 그는 노벨상의 전부야, 평화, 경제, 의학, 생물, 화학, 심지어는 문학상마저 전부 거머쥘 것이라고 스웬덴 한림원이 공식 발표했다고 한다.
다른 상은 몰라도 노벨 문학상을 탐하는 나로서는 숨겨 두었던 비장의 카드, 커피 생산기술을 오늘쯤에는 공개해야 할 것 같다.
돈도 돈이지만, 문학상이라니. 때가 되었다.(실은 나조차도 그동안 커피를 먹지 못했다.)
멋진 하루가 되겠군...



3. 오늘 하루 - 꿈
꿈꾸는 자만이 행복하다.
그러나 행복은 살아서 행복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깨어 있다는 것이고, 깨어있다는 것은 꿈꾸지 않는 다는 뜻이다.
이 모순.
무수한 사유와 헤아릴 수 없는 번뇌로도 해결 할 수 없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 좁힐 수 없다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 말만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 정말이다.
그런데 내 하루의 삶은 곱씹어 보면 역시나 사실이다.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다.
꿈 아니면, 삶.
나는 아무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포기할 수도 없다.
포기하면 꼭 죽을 것 같다.
어찌하란 말인가?



* 이 글은 2000년 4월 18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 도허 이상훈은 지난 2000년부터 "도허 딴생각"을 통해 세상,사람을 바라보는 독특하고 깊이있는 '바라보기'를 펼쳐왔습니다. 도허의 딴생각에 푹 빠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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