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수 "오솔길 편지"

내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는 꿈 한 송이

ohmylove 2007. 12. 22. 11:12

개나리  -  강우식



휴대폰으로 사랑해

내 꿈 꿔는 하지

않겠지요.



이 봄엔 어딜 가나

노오란 입내 풍기는

개나리꽃



받고 싶은 것이 있다고

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광고하지는 않겠지요.



나는 이미 늙어서

봄바람에 사정없이

입술이 터

휘파람도 아프니까요.


-시집 ‘바보 山水 가을 봄’(고요아침)



폭설이 내리고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쳤어도 끝내 오고야 말았다. 꽃이라 부를 겨를도 없이 꽃으로 피는…. 죽은 나무 사이에서 피어난 노란 산수유와 화사한 매화가 상처로 얼룩졌던 산하를 뒤덮었다. 무너진 비닐하우스 사이, 죽어간 오리떼들의 시신 위로도 꽃은 피어난다.


‘노오란 입내 풍기는’ 개나리들이 오랑캐처럼 밀려온다. 거기 ‘나는 이미 늙어서’라고 고백하는 노시인이 서 있다. ‘봄바람에 사정없이 입술이 터 휘파람도 아프다’고 고백하는 그 분의 저릿한 심성이 눈에 선하다. 누군가가 말했다. 이 세상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냐고. 그렇다. 저 지천으로 피는 꽃에 흔들리지 않을 이 또 어디 있겠는가.


봄날 내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는 내밀한 꿈 한 송이. 당신과 함께 봄꽃에 중독되어 앰뷸런스에 실려가고 싶다.



- 오광수 기자 -

* 이 글은 오광수 기자님이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