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수 "오솔길 편지"

내가 속한 종족

ohmylove 2007. 12. 22. 11:07
침  -  조창환




나는 내가 속한 종족이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하다고 믿지 많는다


물론 가장 아름답지도 않고


금수강산 백의민족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겪어 보니 내 종족은 보통 종족이다


보통 아닌 것이 한 가지 있긴 한데


그악스러워 제 살 제가 후비는 것


제 똥 제가 뭉개는 것


나는 내가 속한 종족을 향해


침 뱉는다


가래침, 공중에 퍼진, 제 얼굴에 받으며


내가 우는 것은 내 종족이 더럽기 때문이 아니다


똥 같은 내 종족, 보통 종족


나 없어도 잘 살, 끝내 주게 잘 살


화상들 생각하면 오금이 저려


눈물겨워 맨살 비비며 까무러치고 싶기


때문이다


-시집 ‘수도원 가는 길’(문학과 지성사)




정말 ‘내가 속한 종족’은 눈만 뜨면 드잡이다. 매일마다 멱살을 움켜잡고 눈을 부릅뜨면서 ‘죽일 놈 살릴 놈’ 한다. 왜? 눈 감으면 코 베가는 세상이라 했다. 잠깐 한눈 팔면 자칫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 1백만명에 육박하는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게 될른지 모른다. 거리에 나앉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신용불량자가 되어 노래방 도우미로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말이다. ‘내가 속한 종족’은 정말 ‘눈물 겨워 맨살 비비며 까무러치고’ 싶다. 불행한 이웃을 만나면 참지 않고 지갑을 연다. 나라가 어렵다면 집에 있는 금송아지도 들고 나온다. 이 나라 아들딸이 축구하고 골프하고 야구할 때면 뜬 눈으로 밤새며 목청 높여 응원한다. 그래서 말인데 이 나라는 정말 ‘끝내주게 잘 살’ 나라다.



- 오광수기자 -



* 이 글은 오광수 기자님이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