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이상 잡순 이 나라 남편들에게 권하고 싶은 시입니다. 인용문은 시의 앞부분이고 전문은 이보다 훨씬 깁니다. 기억해둘 만한 멋진 구절이 많은 시입니다. 연애 시절 화자가 앓아 누웠을 때, 병상을 찾아온 그 애인은,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라고 말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의 상투성을 일순간에 폭파해버리는 위력을 짐작하시겠는지요?
그 뜨거운 말에 감동한 화자는 이렇게 진술을 합니다.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라고 말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아내에게 이 시 한 편 읽어준다면 오늘밤 사랑의 면죄부를 받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황지우의 시 <늙어 가는 아내에게> 중에서
* 이 글은 안도현 시인 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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