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시 한편

봄 편지 - 이해인

ohmylove 2007. 11. 14. 16:26



No. 8 3 8
2005년 3월 10(목)

오늘의 좋/은/구/절

 

소중한 것은 떠난 뒤에 남는 것
떠나고 남은 자리의 크기를
네 삶의 한 곳간에 정성 들여 쌓아두고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은밀한 사랑으로 너를 지키며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키로 너를 키워서
내 바라던 따스한 봄볕 내릴 때
닫힌 내 삶의 한 곳간을 활짝 열어젖히면
내 일상은 하얀 깃털되어
파아란 하늘 향해 나래짓을 하리니

서주홍의 시『소중한 것은 떠난 뒤에 남는다』 中에서

봄편지

이해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힌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 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5분정도만 시간 내주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및 원본 보기]


 

봄이 오면 만물이 생동하기 시작하듯,
사람과의 관계도, 만남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시집 속의 낯선 시를 하나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한 친구에 대해 난 생각한다
어느날 나는 그와 함께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손님으로 만원이었다

주문한 음식이 늦어지자
친구는 여종업원을 불러 호통을 쳤다
무시를 당한 여종업원은
눈물을 글썽이며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난 지금 그 친구의 무덤 앞에 서 있다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었는데
그는 이제 땅 속에 누워 있다
그런데 그 10분 때문에 그토록 화를 내다니

- 17세기 시인 막스 에르만 -

이병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