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러브레터"

[안도현의 러브레터 1]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ohmylove 2007. 12. 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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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일 포스티노

혹시 영화 ‘일 포스티노’를 기억하시는지요? 거기 등장하는 한적한 바닷가의 배불뚝이 시인이 칠레 태생의 파블로 네루다입니다. 이 시는 그가 세 번째 아내 마틸데 우루티아에게 바친 시 100편중의 일부분입니다. 사랑을 구하기 위해 그 대상에게 시를 바치는 행위는 낭만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유치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 앞에서는 어쨌든 엄숙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전통이 우리의 머릿속에는 들어와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이 시를 읽으면서 네루다에게 너무 손가락질 하지는 마십시오. 그는 솔직하면서도 진지한 시인입니다. 사랑에 빠져 본 적 있는 분들은 알 것입니다. 손에 열쇠 두 개를 쥐고 있는 듯한 기분을.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쾌락과 고통, 안정과 불안, 용서와 증오, 그런 양면성 모두를 사랑한다는 거지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마치 내가

손에 열쇠 두 개를 쥐고 있는 듯이: 기쁨의 미래-

불쌍하고 엉망진창인 운명-

내 사랑은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두 삶을 갖고 있다:

그게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때 당신을 사랑하고,

또 내가 당신을 사랑할 때 사랑하는 이유이다.

-파블로 네루다의 <100편의 사랑 소네트> 중에서







* 이 글은 안도현 시인 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