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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양들의 침묵과 장미의 이름이 만나다 : 우아한제국 (웅진씽크빅)

ohmylove 2012. 2. 15. 22:17
e북 읽어주는 남자 - mekia 북 칼럼니스트 김성희



추리소설을 일러 ‘자본주의 문학’이라고도 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형식이란 점에 착안했기도 하고, 인간의 탐욕에서 빚어진 범죄를 소재로 한다는 점도 그 이유입니다. 또한 영미권과 일본에서 꽃을 피웠다는 점도 그러한 평이 나오는 데 일조했습니다.

한데 비영미권의 추리문학도 볼 만한 것이 적지 않습니다. 전집까지 나온 시므농은 프랑스 작가죠.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이 여럿 나왔습니다. 의외로 북구의 추리문학은 우리 독자들이 만날 기회가 적었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북구의 추리소설로는 펠 바르와 마이 슈발 부부가 쓴 ‘웃는 경관’ 정도였죠.

21세기 들어서야 북구의 추리문학이 쏟아졌는데 대부분 스웨덴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헤닝 만켈, 리사 마르쿨룬드, 스티그 라르손처럼 뛰어난 작가를 만났죠. 그런데 같은 북유럽이라도 노르웨이 작가는 퍽 드물었습니다. 카린 포슘, 톰 에겔란 정도가 기억나니까요. 그러니 노르웨이의 신예 작가가 쓴 이 작품은 그것만으로도 희귀성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16세기 요한네스라는 수도사가 쓴 책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2010년 미국 리치몬드 시의 에드거 앨런 포 박물관에서 직원 에프라임 본드가 살해됩니다. 목이 잘리고 피부가 벗겨진 끔찍한 모습으로. 한 달 뒤 요한네스가 활동했던 노르웨이의 트론헤임에 있는 군네루스 도서관에서 사서 군 브리타 달레가 역시 같은 수법으로 살해된 채 발견되죠. 미국에서 수사를 벌이던 펠리시아 스톤은 우연히 트론헤임 사건을 알게 되자 노르웨이 수사책임자인 오드 싱사커 경위와 연락해 공동수사를 위해 찾아가는데….

‘우주의 중심은 전역에 걸쳐 있고, 그 주변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수수께끼 같은 문구가 담긴 요한네스 필사본, 그 표지가 재생 양피지인 펠림프세스트 등 중세 이야기를 보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연상케 합니다. 하지만 잔인한 살해수법이나 스톤과 싱사커의 개인적 아픔은 엽기적인 한니발 렉터와 FBI수사관 클라리스 스탈링이 등장하는 ‘양들의 침묵’ 분위기를 풍기죠. 지적 추리와 엽기적 살해범이란 이색 조합이 모처럼 만난 북유럽 추리문학을 수작으로 자리매김하게 합니다.

책 속 한 문장 모든 연쇄살인범의 공통점은 단 한 가지, 어린 시절 상상력이 풍부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라면서 현실의 어려움과 맞부딪칠 때마다 상상의 세계로 도피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 상상의 세계는 어둡고 슬픈 곳, 폭력과 억압, 무자비한 행위가 난무하는 곳으로 변한다. 하지만 그곳은 연쇄살인범이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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