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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세계인의 날’ 떠들썩…두 얼굴의 법무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5. 21. 08:51


앞에선 ‘세계인의 날’ 떠들썩…두 얼굴의 법무부
ㆍ뒤에선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2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는 법무부가 주관하는 제4회 ‘세계인의날’ 기념식이 열렸다. ‘세계인의날’은 법무부가 국민과 재한 외국인의 소통 및 화합을 위해 열어온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속공연과 시상, 축하인사 등이 이어졌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정부는 외국인들과의 사회통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와 이주노조·민주노총·새사회연대·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은 ‘세계인의날’에 맞춰 낸 성명에서 “참가자들을 동원해 민속의상을 입히고, 유명가수를 부르고, 기념사진을 찍는 행사를 개최한다고 소통과 화합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차별을 해소하고, 최소한의 인권·노동권·평등권을 보장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영 외노협 사무처장은 “세계인의날 행사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주민들을 위한 행사라기보다 전시행정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난 3월 말 현재 13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이주노동자 수는 약 70만명에 이른다. 한국은 이주민 권리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약속인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유엔 협약’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2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4회 세계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외국인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 기념식을 지켜보고 있다. . 정지윤 기자
법무부의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시각은 역대 이주노조 위원장 3명에게 모두 출국명령을 내린 데서 드러난다.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소는 지난 2월 미셸 카투이라 3대 이주노조 위원장에 대한 체류연장을 불허하고 출국명령을 했다. 노동부 고용센터를 통해 합법적으로 취업했는데도 미셸이 일하는 사업장이 휴업상태라는 이유로 ‘위장취업’이라고 했다. 법원이 “출국명령 집행을 본안소송 선고 때까지 정지한다”며 제동을 걸어 미셸은 강제출국을 면한 상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이주노동자 인권 담당자인 변정필씨는 “이주노동자가 재한 외국인의 대다수인데도 기념식은 주로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이주민 정책은 여전히 단속과 강제추방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등 국제적 기준에 맞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