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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계 두 거장 ‘실험적 공연’ 화제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5. 10. 15:52


조용필 “배에 힘 너무줘 노래하다 허리띠 뚝”
대중음악계 두 거장 ‘실험적 공연’ 화제


7일 지상 6m 높이로 오른 ‘무빙 스테이지’에서 조용필(2층 가운데)이 열창하고 있다.


“대단하다. 대단해!” “역시!” 국내 대중음악계 두 거장의 무대를 지켜본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단답형이었다. 어떤 미사여구를 길게 늘어뜨리는 일이 의미없다고 판단한 듯 관객들은 기립박수나 “와”하는 함성으로 멋들어진 무대에 화답했다. 올해 데뷔 43주년을 맞은 ‘가왕(歌王)’ 조용필, 33주년을 맞은 ‘디바(Diva)’ 인순이의 무대는 각각 뮤지션과 퍼포머가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의 미학을 최대로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절창(絶唱)만으로 충분히 듣는 이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데도 수많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눈부신 무대를 꾸리는 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은 그들이 ‘현재진행형’의 가수라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대거 몰린 이들 무대는 공연 열기와 열정 등 모든 면에서 10·20대 젊은층이 보기에도 손색없는 무대였다는 평가다.

‘뮤지션’ 조용필의 ‘명불허전(名不虛傳)’= 7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바람의 노래’란 타이틀로 열린 이 공연은 시작부터 입체적이었다. 움직이는 마술 무대인 ‘무빙 스테이지’가 위에서 내려오며 시작된 무대는 조용필이 자랑하는 흐트러지지 않는 사운드와 조명을 앞세우며 공격적이고 강렬하게 전개됐다. 시원한 록 사운드로 3곡을 연달아 불러젖힌 조용필은 “오랜만에 무대에 나타난 저를 보고 ‘많이 늙었네’하지 마시고, ‘여전히 에너지 넘치네’하셨으면 좋겠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히트곡이 너무 많아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를 사이, 국내 제작의 ‘무빙 스테이지’가 ‘어둠이 끝나면’ 노래에 맞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용필·최희선(기타)·이태윤(베이스)을 태운 2층 스테이지가 먼저 앞으로 30m 정도 나가고, 김선중(드럼)·이종욱(키보드)·최태완(피아노)의 1층 스테이지가 뒤따라왔다. “좀 더 나가도 되느냐”며 관객의 ‘동의’를 구한 조용필은 앞으로 10여m를 더 전진했고, 1층 스테이지가 도착하자 2층은 6m 높이로 ‘공중부양’했다. 그러고는 흥겨운 댄스 리듬의 ‘단발머리’가 1만 관객과 함께 울려 퍼졌다. 시작부터 ‘오빠’를 연호하며 들썩이던 여성 관객과 달리, 점잖게 자리를 지키던 ‘중후한’ 남성 관객들은 ‘무빙 스테이지’의 신비로운 움직임에 화들짝 놀라 자리를 박차고 카메라를 찾기 시작했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1층 스테이지가 원래 자리로 돌아간 뒤 공중에 뜬 채 공연장 한가운데 홀로 남겨진 조용필의 2층 스테이지. 그는 ‘그 겨울의 찻집’ ‘창밖의 여자’ ‘한오백년’ 등 애절한 가창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 노래들을 잇달아 불렀다. 이 중 ‘한오백년’은 조용필의 것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그를 둘러싼 반원 형태의 관객들의 응집된 시선에도 일말의 두려움이나 떨림없이 그는 한(恨)의 선율을 마음껏 토해냈다. 공연 후반부, 조용필은 “배에 힘을 너무 주며 노래해 바지 허리띠가 끊어졌다”며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