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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보다 앞선 한국의 의료진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5. 6. 20:36


폐암 말기 에노모토는 왜 서울 찾았나

다국적 제약사가 믿고 맡긴 의사, 방영주 교수
일본인 에노모토 다카히데(榎本崇秀·33·목재 제재업·사진)가 2년 전 서울대병원 방영주(57·종양내과) 교수를 찾아왔다. 그는 걷기도 힘든 말기 폐암 환자였다. 에노모토는 일본에서 2008년 10월부터 넉 달간 항암·방사선 치료 등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개발 중인 말기 폐암 표적치료제 ‘크리조티닙’ 얘기를 들었다. 그의 주치의 오사카대학의학부 병원의 의사 기지마 다카시(木島貴志)를 통해 방 교수를 소개받았다.
2009년 4월 중순 약을 먹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에노모토는 “약을 먹기 전에는 정말 숨쉬기가 어렵고 거의 걷지 못했으나 2주 만에 호흡 곤란 증세가 없어지기 시작해 산책도 하고 쇼핑도 하게 됐다”고 말한다. 1년여 만에 암 세포가 70%가량 줄었다.
4일 서울대병원 방영주 교수가 말기 폐암환자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방 교수의 임상시험 대상자를 자청한 일본 환자는 10여 명이다. 중국인은 1명, 한국인은 28명이다. 일본은 임상시험 분야에서는 아시아 최고다. 그런데도 한국을 찾는 이유가 뭘까. 에노모토에게 물었다.
-왜 한국을 찾았는가.
“아시아에서 한국 외에는 그 약 치료를 하는 곳이 없었다. 일본에서 치료가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어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받고 싶어 한국행을 결심했다.”
-지금 증상은 어떤가.
“언제나 ‘아주 좋은 상태니까 이대로 계속 치료합시다’라는 말을 방 교수한테 듣는다. 몸이 나빠지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화이자는 2008년 사람에게 처음 약을 쓰는 단계인 1상(床) 임상시험부터 맡아 달라고 방 교수에게 요청했다. 크리조티닙 메커니즘 근거를 일본이 발견했는데 화이자는 한국에 맡겼다. 한국화이자 이소라 이사는 “크리조티닙은 처음으로 사람에게 쓰는 1상 시험이라 세계에서 검증된 소수의 연구자에게만 맡긴다”며 “방 교수는 그 전에도 항암제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화이자 본사의 종양 책임자가 2007년 방한했을 때 방 교수의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방 교수는 “일본 의사들이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고 그 이후 일본을 추가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지금 (한국에서) 잘돼 간다’며 화이자가 거절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방 교수의 임상시험은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에도 수차례 보도됐다. 그는 “1상 임상시험은 의학 수준이 높아야 할 수 있다. 아무 데에나 맡겼다 잘못 판단하면 신약이 태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1상 시험은 한국의 서울대병원과 미국 9곳, 호주 1곳의 병원이 진행하고 있다. 방 교수의 크리조티닙 임상시험 결과는 지난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됐다. 방 교수는 다양한 항암제 국제 임상을 주도해 왔다. 대표적인 게 세계 24개국 122개 병원에서 진행된 위암 표적치료제 연구, 대만·중국과 진행 중인 2, 3기 위암환자 수술 후 항암제 사용 연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