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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1000년전 폭발’ 동급땐 전세계 피해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4. 8. 22:19


백두산 ‘1000년전 폭발’ 동급땐 전세계 피해
백두산 화산은 폭발할까… 천지 주변 月 수백회 지진 등 ‘前兆’

  

지진, 지형 융기 등 다양한 화산 분화 전조현상이 나타나 수년 내 폭발 가능성이 점쳐지는 백두산 천지의 모습. 문화일보 자료사진



3월29일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백두산 화산 남북회의’에 참석한 유인창(오른쪽) 남측 수석대표와 윤영근 북측 단장이 악수하고 있다.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3·11 대지진으로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3·26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남북 양측은 ‘백두산 화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회의까지 시작한 상태다.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과 이에 대한 남북 양측의 대비 상황을 점검해본다.

1.잇따른 화산 폭발 전조현상

백두산 인근에서 2002년 이후 화산 폭발 징후가 자주 포착되고 있다. 우선 지진이 잦아졌다. 2002년 6월 중국 지린(吉林)성 왕칭(汪淸)현 지하 566㎞ 지점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백두산 일대 지진이 급증했다. 2003~2005년 사이에도 매월 최대 270회에 달하는 크고 작은 지진의 진원지가 백두산 천지를 중심으로 밀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진이 백두산 지하 마그마 방을 자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2~2005년 사이 천지 주변 지형이 7㎝ 정도 융기한 것도 확인됐다. 백두산 지하 마그마 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압력이 높아진 마그마가 지반을 밀어올린다는 추론도 나온다. 2004년 해충이나 수목병 등의 특별한 사유 없이 백두산 일대 나무가 말라죽고, 천지 물 온도가 상승한 것도 화산 분출 조짐으로 해석된다.

2. 폭발 시기·가능성은

화산의 분화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활화산인 백두산 화산 분화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학계를 중심으로 2015~2016년쯤 백두산 화산 분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성효(지구과학교육) 부산대 교수는 “백두산 분화기록을 살펴보면 100년을 주기로 화산 분화가 나타났고, 약 1000년마다 한번씩은 폭발적이라고 할 만한 분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백두산 분화 100년·1000년 주기설이다. 2006년 이후 지진 발생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근거로 백두산 화산이 아직 폭발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윤 교수는 “화산 폭발의 다양한 징조가 더 자주 나타나고 규모가 점점 커지면 분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화산 분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백두산 화산 활동과 다양한 전조현상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3. 백두산 화산 분출의 역사

백두산은 서기 900년 이후 14번가량 분화한 활화산이다. 폭발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946~947년 분출이었고, 가장 최근의 분화는 1903년이다.

기록적인 946~947년 폭발에 대한 기술은 역사서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고려사’는 이때 폭발을 “하늘에서 북이 울렸다”고 기록했고, 일본 역사서인 ‘홍복사연대기’에는 “화산재가 눈처럼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발해가 갑작스럽게 멸망한 것도 백두산 분출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는 100~150㎦로 추정된다. 화산폭발지수 7등급에 해당하는 대규모 폭발이다.

4. 화산폭발지수와 6등급 분화 사례는

화산폭발지수(VEI:Volcanic Explosivity Index)는 화산 폭발의 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화산 폭발의 지속시간, 분출 높이, 분출물의 양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1등급에서 시작해 8등급까지 1등급씩 올라갈 때마다 분출물의 양이 10배씩 증가한다. 분출물의 양이 약 1만㎥면 1등급, 약 10만㎥면 2등급 분화로 분류된다.

VEI 7등급으로 기록된 946~947년 백두산 화산 폭발의 위력은 VEI 6등급인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분출이나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 분출과 비교해 짐작할 수 있다. 탐보라 화산 폭발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1만1000~1만2000명이 직접적인 피해로 사망했다. 탐보라 화산이 뿜어낸 화산재와 이산화황 가스가 태양빛을 차단해 ‘여름이 없던 해’로 기록됐으며, 1883년 크라카타우 화산 분출로 지구 대기 온도가 0.5도 이상 떨어졌다.

5. 대규모 폭발시 전세계적 영향 있나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면 중국과 북한은 고온의 화산 분출물 확산과 천지 홍수로 직접적 피해를 보게 된다. 만약 백두산 화산 폭발이 946~947년 당시와 비슷한 VEI 7등급이라면 전세계가 화산 분화의 영향을 받게 된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백두산 폭발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백두산 화산에서 분출된 황산화물(용암가스와 화산재에 있는 황산입자가 혼합된 물질)이 지상에서 8㎞ 이상 상승한 후 북미와 그린란드까지 확산될 수 있다. 탐보라·크라카타우 화산 분출 당시 그랬던 것처럼 화산재가 성층권에 오래 머물며 태양빛을 차단하면 지구 기온이 하락할 수 있다. 이른바 ‘화산성(性) 겨울’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여파로 농산물이 냉해를 입고 장기적으로 식량 수급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6. 화산 폭발 때 국내 피해는

정부는 백두산 화산이 폭발해도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에 겨울철 북서풍, 여름철 남서풍이 주로 부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 백두산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눈처럼 내릴 가능성은 낮다. 화산재는 대부분 동해와 일본 중부 및 동북부를 거쳐 태평양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기상청은 계절풍(북풍, 북동풍)의 영향으로 한반도에 화산재가 확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면 화산재의 간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항공기 결항과 호흡기 질환자 증가, 정밀 제조업 생산품의 결함 등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2010 거시경제 안정보고서’에서 “백두산이 분화하면 전체 수출의 25%에 이르는 항공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항공기 운항이 열흘 동안 중단되면 수출은 약 25억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7. 폭발 대비한 한국정부 대응은

정부는 지난해 8월 백두산 분출에 대비해 교육과학기술부·국토해양부·기상청·소방방재청 등 7개 부처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국가 차원에서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응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3월2일 백두산 등 한반도 주변에서 화산 활동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화산대응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기상청은 중국·일본 화산전문가를 초청해 국제 지진워크숍을 추진하고 중국과 지진 관측 자료 공유 체제를 구축하는 등 중국·일본과 국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파악한 화산 정보를 관계기관 및 국민에게 즉시 제공하도록 즉각적인 위기대응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이 “언제든 화산 활동이 일어날 수 있는 백두산 화산 분화·폭발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조현상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만큼 정부는 화산 정보 수집과 분석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8. 백두산 화산 남북 공동 대응 배경은

남북은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7년 백두산 화산문제에 대한 공동연구에 합의했지만 백두산 화산문제가 화급을 다투는 이슈도 아닌데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점차 잊어져 왔다. 지난해 10월28일 원세훈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감 때 “백두산에 산발적인 지진이 늘어나고 있어 화산 폭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남북 교류협력을 시도했었다”고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북측은 이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지난 3월17일 지진국장 명의의 전통문을 기상청장에게 보내 백두산 화산 협의를 제안하고 나섰다. 천안함 침몰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는 북한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백두산 화산 협의를 제안한 것은 비정치적이고 비군사적인 카드로 꽉 막힌 남북 창구를 돌파하려는 시도일 수 있어 주목된다.

9. 백두산 화산 1차 회의 무슨 논의 했나

남북 양측은 지난 3월29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전문가 회의를 열고 백두산 화산과 관련,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남측은 백두산 화산 활동 여부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사전 연구 필요성과 실태 파악을 위한 자료교환 문제를 제기한 데 반해 북측은 백두산 화산 활동에 대한 공동연구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전문가 간 학술토론회와 백두산 현지 공동조사 및 연구를 제안했다. 남측은 우선 자료 교환을 통한 사전 연구를 하자는 신중론인 반면, 북측은 남북전문가 학술토론회와 현지 공동조사 등을 하자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다.

백두산 화산 회의 남측수석대표인 유인창(지질학) 경북대 교수는 1차 회의에서 논의된 이슈와 관련, “전문가 회의라서 백두산 지질은 어떤지, 백두산 지온은 어떤지, 백두산 온천 현황은 어떤지, 북한 측의 탐사자료 같은 게 있는지 이런 것을 우리 측에서 집중적으로 질문하는 상태에서 회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10. 2차 회의 일정과 주제는

백두산 화산 문제 논의를 위한 제2차 남북 전문가회의는 오는 4월12일 북측 지역인 개성에서 개최된다. 우리 측에서는 1차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수석대표인 유인창 교수를 비롯해 김기영(지구물리학) 강원대 교수,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이강근(지구환경과학부) 서울대 교수 등 4명이 대표단으로 나간다. 북측에서도 단장인 윤영근(지진국 부국장 겸임) 지진국 산하 화산연구소 부소장과 장성렵 화산연구소 실장, 주광일 조선지진화산협의회 위원 등 1차 회의 대표단이 그대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29일 처음 열린 전문가회의에서 남북은 백두산 화산과 관련한 공동연구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2차 회의에서는 양측 전문가 그룹 간 자료 교환을 통한 사전 연구, 학술토론회, 현지 답사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