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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장기전’ 걱정… 목적도 역할도 헷갈리는 ‘迷國’ 워싱턴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3. 22. 08:14


벌써 ‘장기전’ 걱정… 목적도 역할도 헷갈리는 ‘迷國’ 워싱턴

한 달간의 좌고우면 끝에 리비아 군사개입을 결정한 미국이 개전 이틀 만에 전쟁의 장기화를 우려하는가 하면 이번 전쟁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면 물러날 것인지 등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는 등 혼란스러운 양상을 연출하고 있다.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20일 CBS, 폭스뉴스, ABC 등 주요 방송에 잇달아 출연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동맹국들의 군사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유지할 경우 리비아 상황은 교착국면에 빠져 장기화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멀린 의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민간인 보호”라며 “현시점에서 카다피를 추적하거나 제거하는 것은 군사적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리비아 상황의 장기화는 미국 정부는 물론 의회, 국민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멀린 의장의 말대로라면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국가를 상대로 2개의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이 가시적 성과가 불분명하고 장기전이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3번째 전쟁을 벌인 꼴이 된다.

20일 NBC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마이크 멀린 미국 합참의장의 뒤쪽으로 카다피의 사진이 보인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리비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망설였고, 공격 개시 이후에도 “미군은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은 미국이 단순히 지원 역할에 머물지 않고 주도적으로 리비아에 대한 공격을 이끌어나가는 모양새다. 미국은 개전 첫날인 19일 영국과 함께 지중해상의 해군 함정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120기 이상을 발사해 리비아의 방공망을 파괴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날 러시아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 통제권을 수일 내에 영국이나 프랑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에 이관할 것”이라고 말해 현재 국면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 어떤 전쟁 목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수준의 성과를 거두면 주도권을 넘겨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개전 초기부터 이처럼 미국의 사인이 복잡하게 나오는 것은 여러가지 현실적 제약과 국내외 정치적 고려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번 전쟁을 속전속결로 끝내지 않으면 국내 정치적 반발에 직면할 뿐 아니라 ‘민간인 보호’라는 유엔 결의 1973호의 취지와 목적을 확대해석해 무리한 전쟁을 일으켰다는 국제사회의 비판도 나올 수 있다. 더구나 리비아에 대한 지상군 파병을 배제한 유엔 결의 때문에 공습에만 의존해 전쟁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 같은 방법으로는 카다피를 제거하기 어렵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

또 영국과 프랑스는 다국적군을 이끌고 주도적으로 전쟁을 리드해 나갈 수 있는 군사력이 없다. 미국이 전면에 나서 단기간에 상황을 장악하고 이후 과정을 신속히 유럽 동맹국에 맡기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쟁의 목적 의식이 모호하고 구체적인 출구전략을 결여한 미국의 군사작전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리처드 루가 미 의원은 “우리는 리비아에서 우리가 어느 쪽을 지지할 것인지 찾아내지 못했다”면서 “카다피에게 대항하는 사람들이겠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우리는 모른다”고 말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이 군의 최고통수권자지만, 행정부는 미국민과 의회, 미군을 위해 리비아에서의 임무가 무엇인지 명확히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미군의 군사개입 목표와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