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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사실상 고립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2. 24. 20:57


비밀경찰, 혁명위원회 소속 보안군, 부족 지도자들 그리고 용병으로 반(反)정부 시위대를 참혹하게 유혈 진압하며 국가를 내전 상태로 치닫게 하는 극한의 선택을 한 리비아의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면초가의 처지에 몰리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22일 국영TV 연설을 통해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아 있는 동안까지 싸울 것이라면서 리비아를 떠나지 않고 순교자로 죽겠다고 천명한 이후 그가 예고한 `피의 내전`이 현실화되면서 수도 트리폴리 일대는 생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유례없는 수준의 참혹한 진압은 반정부 시위대 측뿐 아니라 카다피 내부 진영에서도 분노와 정권에 대한 회의를 확산시켜 이탈자가 늘어나는 등 카다피의 통제력이 상실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카다피와의 밀월 관계나 뒷거래를 해왔던 유럽 국가 지도자들마저 강력한 비판에 나서고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는 나라까지 나오는 등 국제사회의 압박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부델 파타흐 유네스 내무장관은 전날 밤 카다피의 연설 직후 자신의 사퇴를 발표하고 군에 대해 시위대 지원을 촉구했다. 유네스 장관의 사퇴는 국외 주재 외교관과 일부 관료들의 잇따른 유혈 진압 중단 촉구 및 반카다피 발언에 뒤 어어 나온 것이자 카다피 정권의 핵심 인사 중 하나여서 주목을 받았다.

또 반(反) 카다피 세력이 장악한 제2의 도시 뱅가지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받은 전투기 조종사 2명이 23일(현지시각) 폭격 명령에 항명, 낙하산으로 탈출했다고 현지 뉴스 웹사이트 알-퀴라이나가 보도했다.

앞서 다른 전투기 조종사들도 수도 트리폴리의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공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전투기 4대를 몰고 몰타로 망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다피가 무자비한 강경 진압을 선택했던 핵심적인 배경으로 지목된 리비아군에 대한 높은 장악력에 균열이 생기는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현 상황에서 카다피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군 병력은 5 천명 수준으로, 이들은 대부분 카다피가 직접 지휘관을 뽑은 부대들이지만 전체 리비아 정규군 4만 5천 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영국 BBC방송은 정권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보안군은 카다피의 아들들 또는 핵심측근들이 이끌고 있어 일부가 이탈해 시위대에 가담하더라도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카다피가 이미 지금까지 누려왔던 최고통수권자 이상의 의미가 있는 `온전한 국가원수`의 지위를 잃었다는 대목이다.

벵가지를 주도로 하는 동부지역 키레나이카가 반(反)정부 시위대의 통제에 넘어갔다고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이날 밝혔다.

지중해 연안의 토브룩 인근에 있는 방공미사일 기지를 포함해 키레나이카 지방에 있는 기존 리비아군 기지들이 이미 반 카다피 세력의 수중에 떨어졌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의 리비아 상황을 `내전 발발` 단계로 규정했다. 카다피의 지위가 내전을 벌이고 있는 한쪽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자기 출신 부족을 비롯해 일부 추종 부족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동부 지역 부족 군사력과 맞서 싸워 나라를 내전으로 이끌겠다는 복수심에 가득 찬 그에게서 국가 지도자가 아닌 부족장의 면모만 남게 됐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론 카다피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유럽 각국에 리비아와의 모든 경제관계를 중단하고 제재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전날 리비아 사태에 대한 긴급협의를 가진 뒤 15개 이사국이 모두 동의한 언론 발표문에서 리비아 정부가 폭력적인 진압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의 합법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조처를 할 것을 촉구했다.

또 유엔과 미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의 리비아 대사와 외교관들에 이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주재 리비아 대사들도 유혈 진압에 항의하며 대사직을 사임하는 등 카다피에 반기를 드는 재외공관장들도 늘고 있다.

문제는 카다피가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화에 나설 때 궁극적으로 이는 그의 퇴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군부가 중립을 지킨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전례에 비춰볼 때 군의 무력을 중단하는 순간 그에게 선택 가능한 옵션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마지막 피 한 방울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는 카다피의 열변은 더는 물러날 데가 없어 배수진을 친 그의 심정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무력을 통한 강경 진압을 계속할수록 국제사회에서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그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형국이다

애틀랜타=앤드류 리 │문화복지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