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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송이 “北·조총련 짜고 남한 유통 장악“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2. 19. 08:45


북한산 송이 “北·조총련 짜고 남한 유통 장악“

   수정 : 2010.12.19 08:40

“천안함 이후에도 올해 130t 200억 판매…북한에 비밀송금 의혹“
중견기업인이 고발 검·경 수사 착수
북한이 남한에 설립된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인사의 기업에 송이버섯을 몰아주고 있고, 그 수익금이 북측에 불법 송금된 의혹이 있다는 고발이 들어와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 송금이 전면 중단됐으나 조총련 기업은 편법으로 사업을 계속하고 있고, 이런 내막을 모르는 통일부가 송이 반입을 허가했다는 내용도 고발장에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사건을 지휘하고 종로서가 1차 수사를 담당키로 했다.

이 사건 고발인은 북한과 해마다 100억원대의 교역을 해왔던 중견 기업인 박모씨다. 박씨는 작년 2월 중국 단둥(丹東)에서 북한의 대외경제기관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간부로부터 송이버섯 사업을 제안받았다. 마그네사이트와 철광석 등 주로 지하자원을 들여왔던 박씨에게 송이버섯 사업은 처음. 당시 박씨가 운영하는 회사 외에도 J, S사 등 2곳이 북한 회사와 송이 반입 계약을 체결했다. 3개사가 북한 송이를 독점 공급받는 계약이었고 박씨 회사의 물량이 가장 많았다.

박씨는 송이 채취자금을 미리 달라는 북측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3회에 걸쳐 163만달러를 보내줬다. 하지만 흉작으로 생산량이 줄어 북한과 송이 반입을 1년 미루기로 합의했다.

지난 3월 26일 천안함 사태가 터지면서 5월 24일 정부의 후속 조치가 나왔다. 북한에 대한 송금과 신규 무역이 전면 금지됐다. 돈을 날릴 위기에 놓인 박씨 등이 항의하자 통일부는 북한에 미리 준 돈만큼만 반입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줬다. 북한 회사는 선불금에 맞춰 박씨의 회사에 65t의 송이를 주기로 했다. 지난 9월 7차례에 걸쳐 청진과 원산항을 통해 송이 31t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후 북한이 돌연 송이공급을 중단했다. 당시 북측은 박씨에게 “다른 업체들은 다 뒷돈을 주는데 왜 당신 회사는 그러지 않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박씨는 “송이를 주겠다 해서 북한으로 배를 보냈더니 보름간 바다 위에 떠있다가 빈 배로 돌아오는 등 북측의 행패가 심했다“고 했다. 북측은 돈을 더 보내야 송이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박씨는 현재 북한 송금이 불법이어서 북측 조건을 들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박씨는 송이 34t을 받지 못해 10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박씨는 북한이 송이공급을 중단한 것은 J사 때문이라고 했다. 박씨는 “J사는 조총련 인사들이 국내에 만든 기업으로 조총련 최고위 간부 김모씨가 실질적인 사주“라고 했다. 실제로 J사의 등기부등본에는 대표이사 최모씨와 다른 이사의 국적이 '재일조선인'으로 기록돼 있다. '재일 조선인'은 한국이나 일본 국적을 택하지 않고 일본에서 '무국적'으로 살고 있는 교포들로 조총련 계열 인사들이 많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사업하려는 재일조선인들은 대부분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데, J사는 특이한 케이스“라고 했다.

박씨는 지난 8월 통일부에서 반입 허가를 받을 때 당초 독점 계약한 3개사 외에 갑자기 Y사가 포함됐는데 이 회사도 J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라고 했다. J사가 반입한 송이를 국내에 유통하는 회사라는 것이다.

북측은 박씨의 회사에 송이공급을 중단한 것과 달리 J사엔 당초 배정된 물량 20t외에 지난 9월 80t을 추가로 제공했다. “2007년과 2008년 송이 거래 과정에서 J사가 손해 본 것이 있는데 이를 보전해주기 위한 무상공급 물량“이라는 것. 박씨는 “이미 선불까지 준 회사에 송이를 주지 않는 북한이 3, 4년 전 손실을 공짜로 보전해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는 J사가 북한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회사라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했다. 북한이 통일부 제출용으로 J사에 만들어 준 손실보전 계약서는 북한 민경련에 부탁하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짜계약서라고 박씨는 주장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신규 무역을 제한하다 보니 '손실 보전'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송이를 반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북한산 송이는 대략 200t 정도가 들어왔는데 이 중 J사와 Y사가 반입한 물량은 130여t으로 이들 회사의 송이 판매 대금은 2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박씨는 “대북 송금이 중단된 지난여름에도 모 회사 관계자가 북한에 돈을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고, 북한 간부도 '다른 업체는 돈을 보내는데 당신 회사는 왜 그러느냐'고 내게 핀잔을 줬다“며 “관련 기업의 계좌를 추적하면 쉽게 자금 행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박씨의 고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북한이 송이 반출에서 국내 유통까지 장악하고 그 수익을 챙기는 셈이 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송이는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 확보 루트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