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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호, 남극해역 침몰…애타는 가족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2. 13. 21:10


인성호, 남극해역 침몰…애타는 가족들

눈물속 생존자 명단 목빼…실종자 ‘저체온증’ 위험
    
  


13일 새벽 뉴질랜드 남쪽 남극 해역에서 조업하다 침몰한 원양어선 제1인성호(614t급·사진) 선사인 인성실업의 서울 용산구 본사와 부산 서구 암남동 부산지사에는 하루종일 선원들의 생사와 구조 현황 등을 묻는 전화가 잇따랐다. 인성실업 쪽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해경과 외교통상부 등과 수시로 연락하며 생존자들이 더 있는지에 촉각을 세웠다. 인성실업 쪽은 “선원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해 사망자 등의 신원을 최종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구조자와 실종·사망자 공개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제1인성호 침몰 소식을 들은 선원 가족들은 부산지사로 달려와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렸다. 선장 유영섭씨의 처남 김선수(50)씨는 “얼마 전에 매형이 ‘이제 배를 그만 타고 싶다’고 말했는데, 너무나 안타깝다”며 “제발 기적이 일어나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사고 해역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하종근(48·1기관사·경남 창녕군 남지읍)씨의 매형 김종일씨는 “처남이 결혼하지 않고 홀로 장모(86)를 모시며 살고 있었는데, 장모님이 충격을 받을까봐 아직 알리지 않았다”며 “처남이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20년 넘게 배를 탔는데, 20일쯤 전에 마지막으로 장모님께 전화를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인 선원 8명 가운데 7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했다는 소식을 접한 다른 선원 가족들은 회사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기다리느라 속을 태웠다.

해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심장·뇌·폐 등 주요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는 ‘저체온증’에 걸리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 수색구조 매뉴얼을 보면 특별한 보호복을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2도 이하 수온에서 생존 가능한 시간이 45분에 불과하다. 2~4도의 수온에서도 1시간30분 이상 살아 있기 힘들다.

인성실업은 1986년 창업해 원양어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1994년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남극 해역 수심 2000m에 서식하는 ‘메로’ 조업에 나서며 원양어업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메로는 맛과 향이 좋아 회와 요리에 이용되는 고급 어종으로서, 43㎝(4살)~173㎝(21살) 크기이고 어류·크릴·오징어 등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성실업은 일본·중국·대만·미국 등에 메로를 수출하며 2000년에 3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제1인성호를 포함해 15척의 원양어선으로 트롤, 저연승, 채낚기 등에 나서 지난해 113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원양수산을 주력으로 하면서 축산과 가두리 양식, 냉동사업 등에도 진출하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이번 제1인성호 침몰 사고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