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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 쏟아질라” 백령도 주민도 탈출 러시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1. 28. 21:57


“포탄 쏟아질라” 백령도 주민도 탈출 러시
한·미 서해연합훈련 앞둔 ‘최북단 전방’ 백령도를 가다



▲ 26일 오전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있는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긴장 속에서 경계 근무를 수행하고 있다.  


“백령도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닙니다. 한·미연합훈련이 끝날 때까지 섬을 떠나는 ‘피란길’입니다.”

26일 오전 인천 옹진군 백령면 부둣가에서 인천행 여객선에 오르던 백령도 주민 권부선(69)씨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권씨는 “예전만 해도 백령도는 안전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연평도 사건을 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며 “특히 28일 한·미연합훈련이 끝나고 1주일 정도 인천에 머물다가 돌아올 생각”이라며 서둘러 배에 올랐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어 28일 서해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있는 백령도엔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전 이곳 부둣가에는 북의 도발을 우려해 백령도를 떠나려는 주민들의 행렬로 가득했다. 하루 두 번 백령도를 출발해 인천에 도착하는 배편은 이미 전날 매진됐다.

오전 8시 출항하는 배 시간이 다가오자 미리 표를 구한 주민들은 한 손에는 대형 여행가방을 끌고, 한 손엔 아이들 손을 잡고 바쁘게 배에 올라탔다. 주민 염정렬(34)씨는 “육지에 계신 어머니가 너무 걱정하셔서 섬을 나가기로 했다”며 “28일 훈련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며칠간 육지에 나가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짐을 가득 들고 도망가듯 배에 오르던 한 가족은 “도망간다고 생각해도 할 수 없다. 연평도 일도 있으니 어쩔 수 없다”며 급하게 배에 짐을 실었다.

배편을 구하지 못한 주민들은 부둣가에 모여 혹여 예약을 취소하는 표가 있을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표를 얻은 주민 정모(35)씨는 “6시40분부터 나와 1시간을 넘게 기다려서 겨우 표 한 장을 구했다”며 “혼자 백령도에서 일하는데 서울에 사는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해서 나간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안전상의 이유로 오후 1시 출발 예정이었던 배편이 취소되자 오전 8시 표를 구하지 못한 주민들은 안절부절못했다. 오랫동안 표를 기다리던 사람들 중 일부는 매표소 주민에게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누구는 표를 주고 누구는 안 주냐”고 거세게 항의하며 욕설을 내뱉고 몸싸움 등의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을에 남은 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백령도 ‘선유분식’주인 김모(여·50)씨는 “연평도 포격이 있던 날 나는 간단히 옷만 입고 대피했는데 편의점에서 라면, 생수 등 생필품과 비상식량을 사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가을에 장사하러 섬에 들어왔는데 이번 연평도 사건 이후 육지에서 걱정하는 전화를 받은 게 수십통”이라고 말했다. 진촌면사무소의 한 공무원은 “비상근무체제가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 대피소 등 안전시설이 너무 허술해 걱정”이라며 “최북단인 만큼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