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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양념같은 기업은 반드시 '양념'부터 챙긴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0. 18. 18:03


고객에겐 좋은 품질의 물건…직원·협력업체엔 최고 대우
구글·BMW·스타벅스 등 相生기업이 실적도 뛰어나…
李대통령의 '공정한 사회' 교과서 <사랑받는 기업>의 저자 시소디아 교수를 만나다

이달 청와대에서 장·차관 워크숍이 열렸다. 주제는 '공정한 사회'였다. 참석자들의 책상 위에는 경영학 서적이 한 권씩 놓여 있었다. 미국 벤틀리대학의 라젠드라 시소디아(Rajendra Sisodia) 교수가 쓴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Firms of Endearment·공저≫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책을 미리 읽었으며, 회의 자료 중엔 책을 발췌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기업에 상생(相生)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이 책이 국내에 처음 나온 것은 2년 반도 더 된 2008년 2월(원서는 2007년 1월)이었지만,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청와대는 각종 행사 때마다 이 책을 나눠주고 있고, 포스코 등 일부 대기업들도 직원들에게 이 책을 권장하고 있다. 도대체 이 책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길래? Weekly BIZ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 책의 주 저자인 시소디아 교수를 직접 만났다.

인도 출신인 시소디아 교수는 '깨어 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 개념의 창시자로 2003년 세계 최대 마케팅 협회인 CIM으로부터 '마케팅 사상가 50인'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우선 그가 말하는 '사랑받는 기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부탁하자 그는 마치 강의하듯 30분에 걸쳐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사랑받는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가 아니라 더 큰 이상과 목적을 갖고 운영해 나갑니다. 단순히 주주들의 이익만이 아니라 고객과 직원, 협력업체, 사회 등 모든 이해당사자(stakeholder)의 이익을 극대화합니다. 또 힘이나 돈이 아니라 목적을 추구하는 '깨어있는 리더십'을 추구합니다. 자사(自社)의 약점까지 공개하는 투명성이나 권한 위임과 같은 특유의 비즈니스 문화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기업이 살펴야 할 이해당사자들을 묶어서 'SPICE(양념)'라고 표현했다. S는 사회(society), P는 협력업체(partner), I는 주주(investor), C는 고객(customer), E는 직원(employee)을 나타낸다. 그는 “좋은 요리란 각 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좋은 기업은 이들 모두의 이익을 조화시켜서 시너지를 창조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이런 여러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들을 사랑받는 기업 후보로 추렸다. 소비자에게 “당신이 사랑하는 기업이 어디인가요?“라고 묻는 설문조사로 1차 후보를 가린 뒤 이들 기업이 각 'SPICE' 이해당사자들에게 실제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심층 조사를 벌였다. 예를 들어 직원 이직률이 높은 기업이나 공급업체를 쥐어짜는 것으로 악명 높은 기업은 제외됐다. 마지막까지 남은 기업은 구글, BMW, 스타벅스, 혼다를 포함해 28개였다.

그는 1996~2006년의 10년간 사랑받는 기업 중 상장된 13개와 'S&P 500' 지수에 들어가는 500개 기업의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수익률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사랑받는 기업의 평균 투자수익률이 1026%로 S&P 500 기업(122%)의 8배가 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짐 콜린스(Collins)가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선정한 위대한 기업 11개의 투자수익률(303%)에 비해서도 3배 이상 앞섰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고객에겐 좋은 품질의 물건을 팔고, 직원과 협력업체에 최고의 대우를 해주면서 말이다. 그는 “높은 임금과 납품가를 주면 당장 마진은 적어지지만, 그만큼 더 좋은 근로자와 협력업체를 가질 수 있고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전체 순이익은 커진다“고 말했다. 낮은 이직률 덕분에 채용과 교육, 조직 관리 비용이 줄어들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랑받는 기업은 직원, 협력업체, 고객, 지역사회와 어떻게 윈윈(win-win)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들의 마법의 원천입니다.“

그의 연구는 방법론 측면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에게 사랑하는 기업이 어디냐고 물으면 그들은 현존하는 기업들만 입에 올린다. 그래서 사랑받았지만 실패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샘플에서 누락된다.

시소디아 교수는 사랑받는 기업과 다른 기업의 경영 방식이 어떤 차이가 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도요타는 공급업체를 파트너로 대등하게 대우합니다. 장기적으로 보고 일하며 협력업체에 문제가 생기면 본사 직원을 파견해서 해결합니다. 반면 GM은 공급업체를 쥐어짜고 파트너로 대우하지 않았습니다. '내년에 납품가를 10% 내릴 것이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대기업에는 결국 최악의 공급업체만 남게 됩니다. 제품의 질을 떨어뜨려서 비용을 절감하는 업체 말입니다.“

그가 주창하는 '깨어 있는 자본주의'는 로저 마틴(Martin) 토론토대 교수의 '고객 자본주의(Customer Capitalism)'〈Weekly BIZ 8월 21일자 인터뷰 참조〉와도 맥이 닿아있는 듯했다. 그 차이점을 물어보았다. 그는 “마틴 교수는 주로 고객에만 초점을 맞추었지만, 공급업체나 종업원을 등한시한 채 고객에게만 포커스를 맞춘다면 결과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젠드라 시소디아 벤틀리대 교수는 인터뷰 내내 기업의 높은 이상과 파트너에 대한 배려,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애정’과 ‘영혼’ ‘초월성’ ‘자각’ ‘보살핌’ 등 비즈니스 분야에선 좀처럼 쓰지 않는 단어들도 수시로 썼다. 그는 최근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주최한 ‘글로벌 상생포럼’에 연사로 초청돼 방한했다. 약속시간에 딱 맞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인터뷰 룸에 들어선 그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왔더니 땀 나고 아주 덥다”며 웃옷부터 벗었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자신이 작년에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는 ‘깨어 있는 자본주의 연구소(Conscious Capitalism Institute)’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했다.

그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인터뷰가 약속된 시간보다 30분이나 길어져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밝은 표정으로 끝까지 성실하게 응대했다. 그는 같은 인도 출신의 잭디시 세스 교수와 ≪빅3의 법칙≫에 이어 이번 책도 같이 썼다.

“쥐어짜는 기업이 아니라 사랑받는 기업이 되어라, 힘·돈대신 목적을 추구하는 깨어있는 리더십 가져라“


―사랑받는 기업(firms of endearment)은 어떤 기업입니까?

“사랑받는 기업은 네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깨어 있는 자본주의’를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이상과 목적을 갖고 운영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유기농식품 유통업체인 ‘홀푸드’가 추구하는 이념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고, 구글의 이념은 모든 사람들이 정보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둘째는 단순히 주주들의 이익만이 아니라 고객과 직원, 협력업체, 사회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해 시너지를 이끌어내자는 것입니다.

셋째는 ‘깨어 있는 리더십(conscious leadership)’입니다. 통상 기업의 리더들이 가진 3가지 동기는 힘과 돈, 그리고 목적입니다. 힘은 보통 지시와 통제를 통해 이뤄지는데, 군인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직원을 그냥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기계로 만들어 이윤을 극대화하는 구식 방식이죠. 돈은 어떤가요? 주주들은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해서 막대한 스톡옵션을 줍니다. 그런데 실적이 좋아져도 주주와 CEO가 나눠 가질 뿐 그 이익이 사회로 가지 않습니다. 이익을 내기 위해 회사와 종업원, 사회에 좋지 않은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깨어 있는 리더십은 목적을 추구하는 리더십입니다. 그들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귀를 기울이고 인본주의를 중요시합니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멘토(mentor)가 되어 줍니다. 높은 연봉을 받지도 않습니다.

넷째는 자기들만의 비즈니스 문화가 있다는 점입니다. 거기엔 7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것을 ‘만질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 ‘Tactile’로 이름 붙였습니다. t는 신뢰(trust), a는 진실성(authenticity), c는 보살피는 마음(caring), t는 투명성(transparency), i는 정직(integrity), l은 끊임없는 배움(learning), e는 권한 위임(empowerment)입니다.”

―사랑받는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는 무엇입니까?

“홀푸드와 구글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직원들에게 높은 급여를 주고, 공급업체에도 납품가를 높게 매겨줍니다. 그런데도 많은 이익을 냅니다. 인도의 타타(TATA)그룹은 철강과 발전소, 자동차 등 나라에 꼭 필요한 사업을 합니다. 오토바이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죽자 서민을 위한 안전하고 저렴한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펩시는 설탕이 많이 든 탄산음료나 짠 과자를 생산했는데, 이제는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반대 사례, 다시 말해 ‘사랑받지 않는 기업’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하자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기업에 나쁜 이야기를 할 때는 조심스럽다”며 조금 망설이더니 다시 말문을 열었다.

“월마트는 환경을 해치면서 적은 임금을 주고 공급업체를 최대한 쥐어짜는 경영 방식을 썼죠. GE는 과거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많은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결국 일하기 힘든 직장으로 인식돼 버렸어요. 도요타는 좋고 나쁜 양쪽으로 모두 좋은 예입니다. 도요타는 사랑받는 기업을 추구했고, 제품의 질과 안전, 연료 효율성을 중시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세계 1위를 목표로 잡은 뒤 시장점유율 확대에 치중하면서 정체성을 잃어버렸어요. 결국 회사에 독(毒)이 됐습니다.”

“노령화·인터넷·여성화로 사람들이 훨씬 똑똑해지고 사랑과 감성·돌봄을 중시, 사회문화에 심원한 변화…“

■노령화와 인터넷이 가져온 심원한 변화

―그동안 기업에서는 효율성과 혁신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졌습니다. 왜 갑자기 사랑받는 기업이 중요해진 것입니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문화적 근저에서 일어나는 심원한 변화를 봐야 합니다. 노령화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나이를 먹게 되면 그들의 인생에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게 됩니다. ‘남은 인생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는 기업문화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 미국인의 평균적 나이는 44세, 유럽은 48세, 일본은 50세가 넘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죠.

두 번째의 큰 세계적 변화는 인터넷입니다. 1990년대 이후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정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됐습니다. 기업이 하는 대부분의 일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비밀이 없어졌습니다. 또한 지난 한 세기 동안 사람들이 훨씬 더 똑똑해졌습니다. 이를 ‘플린 효과(Flynn effect)’라고 하는데, 지난 100년 동안 10년마다 지능지수가 4%씩 높아졌다는 겁니다. 이것이 100년간 누적돼 사람들 머리가 50~60%나 똑똑해졌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온난화 문제와 금융위기를 비롯한 세계적인 이슈, 은행과 기업 CEO들의 연봉, 그리고 제 전화번호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1분 안에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업에 대해 더 높은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자기 이익만 챙기고 돈만 벌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은 좋아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가 향상되었다는 것입니다. 대학을 가는 여성들의 수가 증가하고 기업과 정부 등 고위직에서 여성 비율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사랑과 감성, 돌봄 등 여성적 가치가 그만큼 중요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이 모든 것을 볼 때 기업들이 더 높은 이상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사람들은 이제 월요일에 단순히 일을 하러 출근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은 직원들이 자신과 사회에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돌봄과 연민, 사랑, 이런 가치를 기본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합니다. 그래야 효율성 높은 혁신적 기업도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아직도 中企를 쥐어짜려고 해,최고의 기업은 공급업체를 자신의 고객으로 대우한다“

■금요일에 복권에 당첨돼도 월요일에 일하러 오고 싶은 회사가 돼라

―하지만 약육강식의 정글을 살아가는 기업에 사랑받는 기업이 돼라는 건 너무나 과한 짐이 아닐까요? 기업이 이해당사자 모두를 배려하다 보면 존립이 어려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과거 비즈니스 모델의 시각입니다. 직원과 협력업체에 더 높은 임금과 납품가를 주면 더 좋은 근로자와 공급업체를 가질 수 있습니다. 직원의 이직률이 줄어들고, 업무 효율성은 5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 기업의 마케팅 비용을 합치면 2008년 기준으로 1조달러에 달하는데 이 돈도 그렇게 많이 쓸 필요가 없습니다. 사랑받는 기업은 고(高) 실적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물론 단기적으론 돈과 시간이 듭니다. 그러나 오래 살아남으려면 여기에 투자해야 합니다.”

―짐 콜린스가 말한 ‘위대한 기업’과 교수님이 말하는 사랑받는 기업은 어떻게 다릅니까?

“저는 짐 콜린스를 존경합니다만, 그는 저서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위대함’이라는 것을 ‘실적’이라는 한가지 차원에서 보았습니다. 그의 책엔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도 위대한 기업에 들어가 있습니다. 도대체 이 회사가 세계에 공헌한 것이 무엇입니까? 흡연으로 인해 올해 600만명이 죽고, 21세기에는 10억명이 죽을 것이라고 합니다. 2009년엔 이로 인한 각종 의료 비용이 6000억달러나 들었습니다. 담배로 인한 건강 비용을 사회가 대신 지불하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의 삶의 질과 행복, 인생의 의미를 증진시키는 기업을 위대하다고 정의합니다.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도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사회에 전가해선 안 됩니다.”

―교수님이 사랑받는 기업을 선정할 때 장기적으로 좋은 실적을 내는 기업만 뽑은 것은 아닌가요?

“아닙니다. 소비자와 전문가, 종업원, 투자자 등이 어떤 기업을 사랑하고, 왜 사랑하는지를 기준으로 뽑았습니다. 실적은 맨 나중에 보았죠. 저희도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 녹색 기술에 투자하고, 높은 세금을 내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실적이 뛰어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랑받는 기업들이 의외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었어요. 매우 흥분되는 발견이었고, 우리가 ‘깨어 있는 자본주의 연구소’를 설립한 이유입니다.

이것은 연구의 시작일 뿐입니다. 깨어 있는 비즈니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이고, 윈윈(win-win)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이해당사자들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해 상충 관계를 먼저 생각하면 항상 그런 상황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런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시너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떻게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업도 잘되고, 내 직원들에게 더 나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 말이죠.

사랑받는 기업들은 ‘이것이 가능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이들에게 에너지를 제공하고 이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지 말입니다. ‘생업에 대한 소명의식(Work as calling)’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내가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의미입니다. 돈을 주지 않아도 회사에 오겠다는 말입니다. 금요일에 복권에 당첨이 돼도 월요일에 일하러 오게 되는 것이죠. 지금 하는 일이 나에게 뜻깊고 의미 있는 것이라면 그게 가능합니다. ‘내가 특별하다’라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로저 마틴 토론토대 교수가 말하는 ‘고객 자본주의(customer capitalism)’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마틴 교수는 협력업체나 직원, 사회에 대한 초점이 없습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은 결국 부품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기업 부가가치의 80~85%는 협력업체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많은 회사들이 공급업체는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값싸게 취급하려고 하는데, 최고의 기업은 공급업체를 자신들의 고객으로 대우합니다. 또한 직원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죠.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짐 콜린스나 로저 마틴은 모두 ‘깨어 있는 자본주의’와 닿아 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삼성은 소니보다 더 성장했고, LG와 SK 등 많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이 중소기업을 쥐어짜려고 하는 마인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낡은 사고방식입니다. 기업의 힘이 커진 만큼 사회적 책임도 큽니다. 자선사업을 하라는 게 아니라 거기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라는 겁니다. 마이클 포터(Porter)의 이론을 보면, 모든 사람을 경쟁자로 보고 공급업체, 고객과의 가격 협상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러면 협력의 기회는 없어집니다.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가르치는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기업 현장을 취재하면서 척박한 현실을 목격한 기자에게 시소디아 교수가 2시간 동안 들려준 이야기는 꿈같이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엔 사람을 고무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받으면서도 돈 버는 기업이 많이 나오길 바라면서 방을 나섰다.

'사랑받는 기업' 홀푸드의 사례

전산망 고장나자…“물건 공짜로 가져가고, 대신 자선단체에 기부하세요“

라젠드라 시소디아 교수가 꼽은 ‘사랑받는 기업’들은 어떻게 고객과 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다음은 그 답을 알려주는 일화들이다.

2007년 크리스마스 때 미국의 유기농식품 유통업체인 홀푸드(Whole Foods)의 한 매장. 전산 시스템 고장으로 손님들이 물건값을 치르지 못해 장사진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매장 총괄 매니저가 나섰다. “우리 잘못으로 불편을 드리고 시간마저 뺏었으니 구매하신 물건은 모두 공짜로 가져가세요. 다만 꼭 값을 치르겠다고 생각하는 분은 그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세요.”

감동한 고객들은 당장 이 얘기를 퍼뜨렸고, 언론은 ‘홀푸드는 고객과 사회를 우선 생각하는 기업’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손님들에게 받지 않은 물건값 4000달러로 40만달러 이상의 홍보 효과를 거뒀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인 혼다(Honda)는 오랜 협력업체가 납품한 부품에서 예상치 못한 결함을 발견했다. 납품 계약을 끊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 그러나 혼다는 본사 전문가를 보내 정확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치유할 때까지 도왔다. 한 달 여 만에 납품이 재개됐고, 협력업체는 수많은 혁신 아이디어와 생산원가 21% 절감으로 화답했다.

미국 가구업체인 조던스 퍼니처(Jordan’s Furniture)는 직원 1200명을 한꺼번에 플로리다 동부 해안의 버뮤다 섬으로 여행 보냈다. 이를 위해 점보 제트기 4대를 전세 내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해변 물놀이와 바비큐, 라이브 음악, 수중 게임, 춤 파티로 이어진 이 ‘깜짝 여행’ 이후 직원들은 더 열심히 일했고, 팀워크도 크게 높아졌다.

-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