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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 돈 쏠리고 부실대출 늘고… 후유증 '경보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0. 17. 10:27


위험자산 돈 쏠리고 부실대출 늘고… 후유증 '경보음'
[금리 추락 가속도]
8·9월 은행예금 6조원대 이탈 주식시장 등 '기웃'
금융권 가계·저신용자 대출 다시 증가 '폭탄' 위험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김중수(오른쪽에서 세번째)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들과의 금융협의회에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호재기자 s020792@sed.co.kr1 2  
김중수(오른쪽에서 세번째)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들과의 금융협의회에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호재기자 s020792@sed.co.kr  


안양에 거주하는 최모(65)씨 부부는 최근 만기가 돌아온 3개월짜리 정기예금 6,000만원을 재예치하지 않고 증권사의 '전환형 펀드'에 가입했다. 최씨는 “금리가 앞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해서 단기로 자금을 굴렸는데 오히려 금리가 떨어져서 이자로 생활하기 어려워졌다“면서 “주가가 너무 올라서 걱정도 되지만 요즘 펀드는 일정 수익률만 달성하면 자동 전환된다고 해 가입했다“고 밝혔다.

사실 고령자들이 위험자산으로 옮겨 타는 것은 별로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태에서 '최소수익'도 보장되지 않다 보니, 사실상 위험자산을 강요 받는 상황이 됐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는 와중에 기준금리가 3개월 연속 동결되면서 시중금리가 급락을 거듭하자 은행에 있던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등 자산시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 자산버블까지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향후 금리인상 기대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태가 장기화하면 이른바 '머니무브'가 급격하게 나타나면서 쏠림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금 은행에서 증시로 이동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 9월 두 달 간 은행에서는 6조7,000억원에 이르는 수신이 빠져나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가입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금리가 연 4% 정도인 것 같다“며 “3%대가 되자 만기가 된 예금을 상환하지 않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가 2%대로 추락한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서도 지난달 2조원이 빠져나가는 등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다. 반면 증권사의 고객 예탁금은 9월 들어 1조1,000억원이나 늘어났고, 이달 들어서도 11일까지 7,000억원 넘게 늘어 잔액이 14조원에 이른다. 특히 증권사 랩 어카운트 계약액도 6월 말 17조3,000억원에서 8월 말 29조6,900억원으로 12조원이나 늘었다.

이정걸 국민은행 팀장은 “금리인상을 기대하며 단기로 자금을 운용해 왔던 PB 고객들은 오히려 시중금리가 떨어져서 불만이 많다“면서 “주가가 워낙 높아서 공격적으로 뛰어들지는 못하지만 전환형 펀드나 자문형 랩어카운트 상품, 주가연계상품(ELS) 등 고수익 상품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부동산시장은 움직임이 없다. 그러나 이 팀장은 “현재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고 저금리 상태가 수개월간 지속된다면 다시금 부동산 가격에 변화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3분기 우리기업 이익이 정점을 쳤는데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펀더멘털이 아닌 저금리에 기댄 유동성 때문“이라면서 “주택가격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예상보다 덜 조정 받고 있는 것도 역시 저금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및 신용위험 증가 우려

금융기관은 저금리로 적정 예대마진을 확보하지 못하자 대출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나치게 많은 가계대출이 줄어들기는커녕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에 비해 1조3,000억원,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1조7,000억원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신용위험이 높은 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성태 연구원은 “시중에 자금수요가 많지 않은데 금리가 떨어지니 금융기관이 적정한 예대마진을 확보하지 못해 신용이 낮은 개인이나 기업에 대출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캐피탈사, 신용카드 회사 등 제2금융권에서 이런 움직임이 강한데 나중에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신용정보는 15일 '최근 신용활동 현황' 보고서에서 신용카드사와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의 대출이 급증하는 점을 지적하고 “일부 과다채무자 중심으로 신용 공급이 증가하고 있어, 향후 리스크 관리에 부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