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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나눔 구호가 믿기지 않는 이유...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9. 22. 17:28


우리 사회의 나눔문화 운동은 일과성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제1회 대한민국 나눔문화대축제’에 참석해 “우리나라와 같이 이렇게 (빈부) 격차가 심할수록 가진 사람이 나눔에 마음을 가졌으면 사회가 따뜻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정부의 친서민 정책이나 우리 사회에서 일고 있는 나눔, 기부문화 운동과 궤를 같이하는 듯하다. 그의 발언에 일응 공감하면서도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의 정책을 볼 때 이 대통령의 나눔 문화강조가 쉽게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한 지난해 소득재분배율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소득재분배율은 0.03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OECD 평균은 0.14로 우리보다 5배가량 높다. 세금의 소득재분배율 기능이 형편없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이후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를 통해 부자감세를 한 결과다. 낮은 소득세율 및 법인세율로 우리나라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이들 세금 비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반면 국민이 무차별적으로 부담하는 간접세 비율은 최상위권이다. 이런 세금 구조하에서 분배격차가 벌어지고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나눔은 세금이라는 제도화를 통해 이루는 것이 지름길이며 원칙에도 맞다. 정부가 가진 사람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둬 효과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 기능 중 하나가 아닌가. 하지만 현 정부는 지금까지 정반대 정책을 펴왔다. 대통령의 나눔문화 발언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서 이들의 온정주의에 기대어 나눔문화를 운위하는 것은 직무유기이며 본말전도일 뿐이다. 이 대통령이 말한 나눔이 온정주의적, 시혜적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면 우리 사회의 나눔문화 운동은 일과성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내년도 조세부담률을 올해처럼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19.3%로 묶으려 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조세부담률 전망치보다도 낮은 것이다. 국가부채는 크게 늘어나고 보건·복지 예산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정부가 조세부담률을 묶어두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나눔의 1차적 주체가 되어야 할 정부가 재원을 마련하지 않은 채 어떻게 나누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정부가 진정으로 나눔문화의 정착을 원한다면 나눔에 반하는 부자 감세 정책을 중단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 바탕 위에서 나눔 운동이 벌어져야 비로소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