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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셋 키우며 52명 해외후원 … 탤런트 신애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9. 20. 18:56


24면| 기사입력 2010-09-20 00:25 | 최종수정 2010-09-20 09:24  

[중앙일보 강혜란.강정현] 신애라(41)를 만난 것은 스토리온 채널의 두뇌계발 프로그램 '영재의 비법' 녹화현장에서였다. '아이들의 잠재성을 극대화한다'는 취지의 시즌1이 호응을 받은 뒤 시즌2(30일 밤 12시 첫 방송)까지 진행을 맡았다. 핏줄·고향을 찾아 5000만이 대이동하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연휴에 뭐 하느냐”는 인사로 시작한 대화는 자연스레 가족·자녀·교육 등의 관심사로 흘러갔다.

두 딸 예은(5)·예진(3)을 입양하고 큰 아들 정민(12)을 홈스쿨링으로 키우는 차인표-신애라 부부의 삶은 들을 때마다 대견하고 대범하다. 키워드를 입력하면 연관검색어가 뜨는 것처럼, 술술 풀어간 그녀의 이야기를 옮긴다.

#교육=정민이와 올 한해 홈스쿨링 중이에요. 두 딸에게 신경 쓰느라 큰애에겐 “들어가서 숙제해!” 소리만 한 것 같아서요. 슬슬 사춘기도 오고, 학업 스트레스도 걱정되더라고요. 아이 때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나눠보니, 지금 나이엔 선행학습보다 작은 습관 고쳐주는 게 우선이다 싶었어요. 처음 홈스쿨링 결정 땐 애 아빠(차인표)도 기절초풍하고 주변에서도 많이 걱정했죠. 정민이 의견을 우선적으로 듣고, “친구들은 학원에서도 만나게 되니까 걱정 마라”고 안심시켜줬어요. 스케줄 짜서 일과를 관리하고, 독서·토론 등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올 한해는 '우리 가족에게 앞으로 이런 나날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했어요. 사랑한다, 너를 믿는다, 는 말을 끝없이 하고, 같이 운동하고 주말농장 다니고…. 직장 때문에 홈스쿨링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우리 부부는 축복받은 셈이지요. 

#입양=아, 우리가 예은·예진이를 입양했지요. (입양 사실을) 거의 잊고 살거든요. 낳건 데려오건 자녀가 늘어나면 엄마 사랑이 분산되기 마련이잖아요.

정민이가 예은이랑 일곱살 터울인데 동생을 질투하더라고요. 예은·예진이는 또 얼마나 싸우는지 몰라요. 그래도, 덕분에 아이들에게 사회성이 생기는 것 같아요. 서로 못 되게 굴고, 또 그걸 견디면서 둥글둥글해지는 거죠. 형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싶어요. 얼마 전 정민이랑 『가족백과사전』(밝은미래)을 번역한 것도 우리 가족 모습과 관계 있어요. 이혼·사별·동성애·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가족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고 싶어요. 혈연만 가족이라고 고집하는 건 시대에도 뒤떨어지고, 인터넷·교통 발달로 예전보다 넓어진 세계를 받아들이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가족=제겐 아이 셋이 있지만 다른 나라에도 52명의 아이들이 있어요. 한국컴패션(국제어린이양육기구)을 통해 후원하던 32명에 최근 20명이 늘었어요. 그 아이들도 우리 가족이에요. 아니, 평소 제가 돌보지 못하니 더욱 열심히 기도하게 돼요. 저야 52분의 1로 기도하지만, 그 아이들 하나하나는 저를 얼마나 애틋하게 생각하는지 몰라요. 내 아이들과 똑 같은 속도로 그 아이들이 자라는 것, 그 자체가 기적입니다. 사랑이 고갈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푸면 풀수록 늘어나는 샘물 같은 건데 왜 아끼겠어요. 봉사가 희생을 요구한다면 하다가 지치겠지만, 하면 할수록 행복해지는 게 봉사예요. 해 본 사람은 알아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큰애가 저학년 땐 또래 학부모들 말에 휩쓸려 공부 조바심 같은 게 있었어요. 4학년쯤부터 교육에 관심 가지고 관련 책 읽고 TV 프로그램을 챙겨보면서 주관이 섰어요. '영재의 비법'도 아이들이 나면서부터 가진 잠재성·영재성을 잘못된 교육법으로 누르지 말고 키워주자는 취지예요.

결론은 단순해요. 먼저 부모가 바뀌어야 해요. 저도 첫 애 때 시행착오를 거치고, 예은·예진이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한때 교육사업(서울 청담동에서 교육백화점 '키즈 12'를 열었다가 접고, 지금은 빌딩 임대만 하고 있다)을 한 것도, 아이들 창의력을 키워주는 게 꿈이라서요. 거창한 교육철학 이런 건 없어요. 다만 “아이들은 행복해야 한다”고 믿어요. 기대치에 모자란다고 탓하는 게 부모-자식 대화의 전부라면, 아이들이 커서 기억할 부모의 모습이 과연 어떤 걸까요.

글=강혜란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