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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중국벽 넘은 장충초 탁구부 겁없는 아이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9. 11. 07:58







  
16년 만에 중국벽 넘은 장충초 탁구부 겁없는 아이들
“운동보다 공부 잘하는 게 더 자랑스러워요“



중국의 '핑퐁 만리장성'을 허물어트릴 '앙팡테리블'이 나타났다. '앙팡테리블'은 불어로 '무서운 아이'를 뜻한다. 서울 장충초등학교 탁구부는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무서운 아이들로 득실거린다.

'선배'들과 달리 '중국탁구'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이들은 지난 달 말에 열린 제19회 동아시아 호프스탁구대회에서 중국을 꺾고 16년 만에 우승컵을 탈환했다. 유승민(삼성생명)이 참가했던 3회 대회 이후 한국이 호프스대회에서 정상을 밟은 건 처음이다. 세계 최강 중국도 떨게 만드는 한국탁구의 '영파워'가 어디서 나오는지 들여다봤다.

만리장성 넘을 유망주 키우는 둥지

장충초의 이영이 교장선생님은 탁구부 꿈나무들을 가리켜 '우리 학교의 작은 영웅들'이라 부른다.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컵을 차지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염병호(48) 전임코치가 19년째 지도하고 있는 장충초 탁구부는 국내는 물론 세계를 평정했다. 장충초 내 탁구체육관 한 켠에는 100여 개가 넘는 우승트로피가 황금 들녘을 방불케 하고 있다.


1985년 창단한 장충초 탁구부는 최근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국대회 단체전 50연승을 기록하고 있을 만큼 무적 행보다. 조승민, 이장목, 안태영, 한유빈, 유해욱(이상 11) 5명이 똘똘 뭉친 결과다. 장충초 6학년 5명 중 유해욱을 제외한 4명이 일본에서 열린 호프스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중국을 제압하는데 앞장섰다. 그것도 게임스코어 3-0의 완승이었다.

장충초의 패배를 모르는 행보는 '작은 영웅'들이 초등 5년부터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면서 시작됐다. 한국의 초등학교 탁구부는 전국 119개에 불과하지만 '영재'들의 등장으로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 탁구부가 있는 중국의 벽을 넘었다.

특히 에이스 조승민은 중국의 프로선수들도 이겨본 적이 있을 만큼 탁월한 재능을 자랑한다. 염병호 코치는 “(조)승민이는 유승민의 어릴 적보다 더 잘한다. 국내 여자 실업선수들도 승민이와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차별화된 테마훈련이 핵심

'미래를 내다본 소신 탁구'와 '테마훈련'이 장충초가 세계 최고의 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국내 탁구관계자들은 장충초 선수들을 보고 저마다 '탁구를 즐길 줄 아는 아이들 같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즐기는 탁구'가 가능하게 된 건 쾌적한 공간에서 '소신 있는 훈련'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장충초 체육관 3층에 위치한 탁구부 훈련장은 국내 실업팀 훈련장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시설이 훌륭하다. 숙소까지 함께 있기 때문에 부산, 제주 등지에서도 '탁구유학'을 올 정도.

김진수(47) 감독은 “한국은 초등학교부터 성적에 연연하다 보니 미래를 내다보는 소신 있는 지도가 힘들다. 그래서 성인이 되면 중국과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역대 한국탁구에서 가장 강한 아이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모두 기초와 인성이 바탕이 된 훈련 방식 덕“이라고 강조했다.

인성과 기초를 중요시하다 보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운동 선수'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6학년 5명 모두 평균 점수가 80점 이상으로 학교 전체 평균보다 높다. 염 코치는 “자기들끼리는 오히려 공부를 잘하는 걸 자랑한다. 전체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으면 대회에 출전을 안 시키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노력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염 코치는 엘리트 스포츠라고 해서 '반복훈련'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효율적으로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차별화된 '테마훈련'을 실시한다. 장충초 코치진 3명은 20명의 탁구부원들을 위해 '테마'를 넣은 훈련 스케줄을 짰다. 훈련 과정에 영어 스펠링과 한자 외우기, 레크리에이션 등의 시간을 첨가했다.

염 코치는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훈련으로는 효율적인 성과를 거둘 수 없다. 테마를 넣으니 애들의 집중력이 오히려 높아졌다“며 “애들 스스로 훈련 외 테마 훈련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영어 단어를 외우고 한자를 익힌다“고 말했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