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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이상 퇴직자 76.7%… 연금 한푼도 없이 산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9. 8. 13:05


국민연금연구원 정밀조사

40대도 퇴직 시대에 연금제도는 60대 이후 설계

복지의 엇박자…

박동길(가명·51)씨는 고등학생 두 딸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그는 21년간 다니던 H증권사에서 2008년 초 희망퇴직을 했다. 연봉 8000만원대를 받던 그는 재취업 자리를 열심히 두드렸으나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3년째 수입은 제로(0)고, 직장 생활 21년간 열심히 부은 국민연금은 11년 후인 62세가 돼야 나온다.

희망퇴직 때 받았던 퇴직금은 저축은행에 예금해둔 채 계속 까먹어 1억원 남짓으로 줄었다. 박씨는 “50세면 은퇴하는 시대에 중고령자(中高齡者)를 뽑는 회사도 없으니 국민연금이 나오는 60세까지 10년 버티기가 두렵다“면서 “앞으로 80세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택시 영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박씨 사례는 40~50대 퇴직자가 속출하는데, 연금·노후복지 제도는 60대 이후를 기준으로 설계된 '복지의 엇박자'를 상징해주고 있다. 박씨처럼, 은퇴한 이후에도 공적(公的)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연금 사각지대'의 중고령자(55세 이상)가 4명 중 3명꼴에 달하고, 이들의 평균 소득은 월 30만원 수준이라는 조사가 나왔다.

국민연금연구원 석상훈 박사는 '국민노후보장패널'(2005년 당시 50세 이상 8600명을 선정해 고용·노후소득 등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표본)의 55세 이상 은퇴자 4060명을 추적해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교원연금 등 공적 연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은퇴자가 76.7%(3115명)에 달했다고 2일 밝혔다.

이같은 대규모 은퇴자를 표본으로 삼아, 은퇴 유형과 연금 수령 여부, 월 소득 등을 정밀 분석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은퇴 후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 비율이 높은 것은 ▲조기 은퇴로 국민연금 수령 연령(60세 이상)이 안된 경우가 많고, ▲자영업자 중에서 상당수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실직·폐업 등으로 연금 누적납입 기간이 10년에 못 미치는 경우 등이 많기 때문이라고 석 박사는 말했다.

석 박사가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개인소득(근로소득, 금융이자·소득, 자녀에게 받는 용돈 등을 다 합친 것)을 조사한 결과, 월 소득은 평균 3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55세 이상 은퇴자의 4분의 3은 연금 혜택을 못 받는 상태에서 소득도 월 30만원에 불과해 자립하는 삶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노동연구원 방하남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중하위층은 일자리에서는 갈수록 빨리 퇴출되는 반면 고령화로 돈을 벌면서 살아가야 할 기간은 더 길어지는 모순된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모순을 메워줄 구체적인 복지 해법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복지신문
김 남 선 (kns7724@capa.or.kr)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