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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문경 첫 여성이장 권기순씨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20. 20:27


[시민기자] 문경 첫 여성이장 권기순씨
손 열개라도 모자라는 그녀, 억척스러워도 미소 천사

  
  

문경시 최초의 여성이장으로 과수원 농사와 봉사활동, 병든 남편 수발까지 1인 다역을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권기순(58) 씨.
“열심히 살아가는 것일 뿐 별나게 사는 것도 아닌데…” 라며 수줍은 표정으로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며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권 씨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줌마’였다.

하지만 그의 억척 인생은 남편의 조기퇴직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잔뜩 기가 죽은 한국의 중년부부들에게 부부애와 가족애를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백두대간의 중심이자 아름다운 문경새재가 굽어보이는 문경시 문경읍 하리. 권 씨가 사는 마을이다. 남편 함용락(65) 씨는 전직 이발사. 그래서 시집 온 후부터 줄곧 집안일, 들일은 그녀의 차지였다.

딸 둘, 아들 하나. 삼남매를 낳고 기르면서 사과과수원 1만㎡(3천여 평)를 혼자서 가꾸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회활동도 시작했다. 농협 두레봉사단, 새마을 부녀회는 기본. 2000년 문경농협이사. 2002년엔 문경시에선 여성 최초로 350가구나 되는 문경읍 하리1리의 이장에 뽑힌 것이다.

도농복합마을인 하리1리는 문경읍의 중심마을로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많은 이해관계를 맺고 사는 동네다. 그녀는 많은 민원들을 처리하며 그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나갔다.

2008년에는 ‘우리는 봉사한다’는 라이온스클럽을 창립, 초대회장이 되기도 했다. 농협 이사직을 8년 동안 봉사하고 난 직후였다. 거기에 문경시종합자원봉사자회 문경읍 회장, 문경시발전협의회 부회장, 문경문화원 이사 등 봉사란 봉사는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말도 없고, 탈도 없다. 무심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08년 초여름 남편이 급성뇌경색으로 쓰러졌다. 남편의 사랑과 그늘 속에서 열심히 사회생활을 해 왔는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장애 2등급. 한쪽 눈이 장애를 크게 입었고 손발 장애와 기억장애까지 얻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할 일이 너무도 많이 남아있었다. 농사일, 사회활동 등은 그녀의 손을 더욱 많이 필요로 했다.

남편의 병수발을 6개월 정도 한 후, 그녀는 다시 현장으로 나섰다. 대신 남편을 늘 차에 동승시켜 함께 현장을 다녔다. 기억장애를 일으킨 남편은 아이처럼 그녀의 치마를 놓지 않는다. 밭에 갈 때도 함께 가 밭둑 좋은 자리를 마련해 앉혀놓았다. 회의할 때는 남편을 차 안에 남겨두었다. 그래도 남편은 아이처럼 언제나 따라다니기를 좋아했다. 권 씨의 남편에게“왜 그렇게 따라다니시느냐”고 묻자 남편은 웃으며 겸연쩍어했다.

85세의 시모와 65세의 장애남편, 사과과수원 1만㎡(3천여 평)의 농사와 수많은 사회봉사활동. 이를 말도 없이 탈도 없이 묵묵히 정성을 다하는 그녀의 얼굴에 염천의 더위도 말없이 물러가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어려울 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란다.

글·사진 고성환 시민기자 hihero2003@hanmail.net

멘토: 고도현기자 dor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