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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용의자 ‘심문 동영상’ 드러났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20. 07:36


9·11 테러 용의자 ‘심문 동영상’ 드러났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ㆍ미 CIA의 관련자료 폐기 등 ‘총체적 거짓말’ 도마에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모로코→폴란드→관타나모→루마니아→관타나모.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붙잡혀 8년간 세계 곳곳의 ‘비밀 구금시설’을 전전해온 한 테러용의자의 심문 동영상이 17일 공개됐다.

물고문 등 가혹행위로 지탄받아온 CIA의 심문 방식, 국제법과 현지 법을 모두 어긴 채 운영된 해외 비밀 구금시설의 실태, 심문 자료를 보관해 놓고도 모두 폐기했다고 주장한 CIA의 거짓말 등이 총체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람지 빈 알 시브(38)가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CIA 요원들에게 체포된 것은 9·11 테러 1년 뒤인 2002년 9월11일. 예멘에서 태어난 알 시브는 수단 출신 난민임을 가장, 1995년 독일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다. 알카에다에 포섭된 알 시브는 9·11 테러범 모하마드 아타와 함부르크에서 함께 살며 같이 테러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알 시브는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테러에 직접 가담하지는 못했다.

CIA는 그를 체포한 뒤 아프간을 거쳐 북아프리카 모로코 교도소 내 비밀 심문실로 옮겼다. 알 시브는 2003년 3월 암호명 ‘쿼츠(Quartz)’로 불리는 폴란드의 CIA 비밀시설로 다시 이송됐다. CIA는 알 시브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자 유동식을 강제로 먹였으나 다른 용의자들에게 했던 물고문, 이른바 ‘워터보딩’은 하지 않았다. 알 시브는 다시 모로코를 거쳐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내 테러용의자 수용소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군사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는데, 미국 내에서 관타나모 군사재판의 적법성을 둘러싼 소송이 제기됐다.

대법원이 알 시브에게 변호사 접견권을 허용할까 우려했던 CIA는 그를 다시 루마니아로 옮겼다. 하지만 이번엔 ‘그레이스톤(Greystone) 프로그램’이라 불린 CIA의 불법 해외 구금시설들이 폭로돼 비판이 들끓었다. 결국 CIA는 2006년 9월 루마니아 시설을 폐쇄하고 알 시브를 다시 관타나모로 옮겼다. 8년을 끌려다닌 알 시브는 아직도 재판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알 시브의 심문 과정을 담은 비디오테이프 2개와 녹음테이프는 2002년 모로코 교도소에서 찍은 것들이다. AP통신이 입수해 보도한 비디오테이프에는 명백한 고문행위는 들어 있지 않지만 알 시브가 정신적으로 몹시 불안정한 상태임이 나타나 있다. 변호인들은 “CIA 심문 과정에서 심한 정신분열증을 겪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CIA는 2005년 테러용의자 가혹수사에 대한 의회 조사가 시작되자 심문 비디오테이프들을 모두 폐기했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났다.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여전히 정부가 테러용의자 심문 정책에 대한 정보들을 숨기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조지 리틀 CIA 대변인은 “(심문 과정을 둘러싼) 모든 조사에 협력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미국인들과 미국의 미래를 위해 수사를 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문화복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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