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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북한 옥죄기’… ‘항모 위의 美’ 시선은 중국에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11. 21:56


고강도 ‘북한 옥죄기’… ‘항모 위의 美’ 시선은 중국에


한국과 미국이 지난달 동해상의 연합훈련에 이어 서해상에서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여하는 고강도 훈련을 예고한 것은 천안함 사건 이후 대북 압박 기조를 계속 높여가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항모가 참여하는 서해상 훈련은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해왔다는 점에서 또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 아시아 전역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미·중 간의 전략적 대립의 한 부분이 동북아에서 본격 표출되는 모습이다.

미 국방부가 5일 항모를 서해상 훈련에도 보낼 것이라고 공표한 것은 일차적으로 미국이 ‘포스트 천안함’ 국면에서 ‘대화하자’는 신호를 계속 보내오는 북한과 당분간 만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미 양국 군당국이 비상사태에 대비해 개성공단 인질 구출작전을 연습하는 것도 맥을 같이한다.

불뿜는 K-9 자주포 서해 해상 기동훈련 이틀째인 6일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K-9 자주포가 목표 지점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대북 압박만 놓고 보면 한·미의 입장은 일치한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이후 북한이 내놓은 6자회담 재개 제의에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기 전까지 북한과 대화할 수 없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미국 역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북한·이란 제재 전담조정관이 직접 한국에 와 북한을 추가 제재로 더 압박하겠다고 공언했다.

북한이 ‘핵억제력’ ‘보복성전’ 등을 언급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음에도 대북 압박 기조를 누그러뜨리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북한 핵 문제의 시급성을 이란 핵 문제와 비교했을 때 한 단계 아래에 둔다는 점을 뜻하기도 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이 온통 이란 핵 문제에 가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보여주는 ‘전략적 인내’의 모습은 시간끌기 차원이 강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서해상에 항모를 보내겠다고 함으로써 이 문제는 좀 더 글로벌한 차원을 노출했다.

대북 압박은 한국 정부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지만, 미국이 겨냥하는 대상은 그것을 넘어 중국이라는 점이 더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서해상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한다며 강력 반대해왔다.

동북아에서의 미·중의 대립은 아시아 전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양국 간 대립의 한 조각이다.

지난달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사안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였다.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과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동남아 국가들이 양자관계로 오랫동안 대립해온 이슈였으나, 이번 회의에서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을 적극 끌어들여 다자외교 의제로 부각시킴으로써 중국이 궁지에 몰린 바 있다. 미국이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내에 베트남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 베트남에 원자로나 핵 관련 부품을 수출하고 핵 기술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이 밖에 미·중은 이란 핵 제재를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미국이 국내법으로 국제사회에 이란 제재를 독려하고 있는 것도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 등의 반대로 충분히 강한 결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란 핵 제재와 관련, 미국은 서방국가들이 이란에서 철수한 틈을 타 중국이 ‘뒷문’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현 단계에서 G2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란 핵 문제뿐만 아니라 서해, 동중국해, 남중국해 해상의 제해권을 놓고 사사건건 중국과의 전략적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 대응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복잡한 양상 역시 글로벌한 미·중 대립의 한 퍼즐 조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