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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개각 하려고 밀어냈느냐”… ‘정 총리 퇴진’ 무슨 일이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11. 21:41


“이런 개각 하려고 밀어냈느냐”… ‘정 총리 퇴진’ 무슨 일이

ㆍ‘아름다운 사퇴’와 달리 ‘압력’ 정황
ㆍ유임서 교체로 급선회 ‘뒷말’ 무성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총리는 퇴임하지만 아름다운 퇴임이고 이후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라며 떠나는 정운찬 총리를 한껏 예우했다. 전날 밤 청와대 고별만찬에서는 “훌륭한 총리를 만났다는 것을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정이 깃든 작별을 한 것이다.


어색한 어깨동무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국무회의를 마친 뒤 청와대 앞에서 퇴임을 하루 앞둔 정운찬 총리의 어깨를 가볍게 안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취임 10개월 만에 물러나는 정 총리를 향해 여권도 일견 ‘아름다운 사퇴’로 보는 기류다. 한나라당이 7·28 재·보선 완승으로 ‘한숨’을 돌렸음에도, 정 총리가 선거 다음날 “모든 책임과 허물을 뒤집어쓰고 떠난다”고 결단해 개각의 길을 터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8·8 개각 이후 여권에서는 정 총리 사퇴를 둘러싼 뒷말들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 후 사퇴 결단까지 막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 총리는 6·2 지방선거 참패, 세종시 수정안 국회 부결(6월30일)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사의를 표명했지만, 대통령은 “왜 총리 책임이냐”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총리도 지난달 중순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과의 만찬까지도 “대통령이 ‘계속 함께 일해달라’고 말씀하셨다”며 유임에 무게를 실었다. 참석 의원들은 “1기는 ‘세종시’였으니, 2기는 ‘건강한 자본주의’를 하라”고 권하고, 모두 “2기를 위하여”라는 구호를 외치며 폭탄주를 마셨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회동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지난달 16~17일쯤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안국포럼’ 출신의 이 대통령 측근 차관급 인사 몇몇이 정 총리를 찾아와 “친박 측이 (이·박 회동 등) 국정협조를 전제로 정 총리가 물러나기를 원한다”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하극상’을 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선이 닿는 몇몇 정 총리 제자 출신 교수들도 “청와대는 물러나기를 원하는데, 대통령이 대놓고 말을 못한다”고 간접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당시 “물러나라는 게 측근 몇몇의 생각인지, 대통령 생각인지 알 수 없다” “자리에 연연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고 가까운 제자그룹에 모욕감을 토로했고, 제자들은 사퇴를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 총리는 재·보선 전날인 지난달 27일 이 대통령과 독대, 사퇴의사를 전했고 대통령도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자진 사퇴했다’는 청와대 설명과 달리, 사실상 사퇴압력을 받고 총리직을 그만둔 정황이 짙다.

잡음은 외려 개각후에 불거지는 형국이다. 8·8 개각이 ‘박근혜 견제’ ‘친위체제 구축’으로 매김되면서다. 정작 정 총리의 사퇴를 압박한 사람들이 표면상 이유로 내세웠던 이·박 회동은 개각 이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의 입장이 급선회한 배경을 두고 해석이 갈린다. 먼저 지방선거 참패 후 쇄신 개각을 단행하려던 이 대통령이 재·보선 완승 이후 ‘친위체제 구축’ 개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으론 여권 내에서 “이 대통령이 젊은 총리를 내세우기 위해 친박을 명분삼아 정 총리의 사퇴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여하튼 정 총리 주변의 기류는 떨떠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 총리는 개각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주변에서 ‘이런 개각을 하려고 밀어냈느냐’며 격앙했다”고 전했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