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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대구 공연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役 '김소현'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8. 13:42


10월 대구 공연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役 '김소현'
“뮤지컬에 바친 청춘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어요“

  
'오페라의 유령'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을 맡은 김소현이 서울 롯데월드 샤롯데 시어터 로비에서 공연을 2시간 앞두고 포즈를 취했다.  

'매력'(Attraction). 아름다운 단어다. 사람에게 이것이 없다면 사는 재미를 느끼기 힘들 것 같다. 가수 안치환의 유명한 노래도 있지 않은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하지만 이 매력도 외모적인 면에서 너무 과하면 좋지 않다. 보는 이들을 안달하게 하거나 치명적인 유혹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치명적인 매력의 여성을 뜻하는 '팜므파탈'(femme fatale)이라는 단어가 공연히 나온 게 아니다.
인터뷰 기사를 쓰는데 왜 '매력'이라는 단어로 시작했는지 물어본다면, 오는 10월부터 대구에서 4개월간 장기공연에 들어갈 초대형 작품(100억원 규모의 공연)인 '오페라의 유령'의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을 맡고 있는 김소현을 만나고 난 뒤 사람이 가진 매력에 대해 새삼 되돌아보게 됐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여성의 아름다운 육체라는 측면을 부각시킨다면 '팜프파탈'에 가깝겠지만, 지난달 27일 서울 롯데월드 샤롯테 시어터에서 만난 김소현은 영혼이 맑고 아름다우면서 실력으로 무장한 매력녀 쪽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인터뷰가 끝나도 그 향취가 오래 남았다. 불 같은 열정을 감춘 채 수줍은 소녀같이 웃는 은은한 매력이랄까? 그녀의 매력 속으로 한번 빠져 보자.

◆엄친딸, 800대 1을 뚫고 운명의 크리스틴 낙점

김소현은 서울 여의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의사, 어머니는 유명한 메조 소프라노 장경애 씨. 여의도초·중·여고, 서울대 성악과 졸업. 남동생은 아버지를 따라 의사의 길을 가고 있다. 여동생 역시 성악을 전공했으며, 현재 결혼해 독일에서 잘 살고 있다. 이 정도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엄친딸 아닌가?

하지만 이 엄친딸에게 펼쳐진 인생은 평범하고 무난한 스토리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9년 전, 모교 대학원에 다니다 이탈리아 연수를 일주일 앞두고 집에서 쉬고 있던 때였다. 대학원 한 선배로부터 세계 최고의 뮤지컬로 국내 처음 선을 보이는 오페라의 유령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에 도전해 보라는 권유를 듣고 '떨어져도 좋다'는 심정으로 오디션을 보러 간 것. 그는 “준비도 부족했고, 갑작스레 오디션을 봤던 터라 탈락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었다”고 했다.

운명은 김소현을 크리스틴으로 낙점했다. 심사위원들은 순수한 모습에 아름다운 목소리로 아리아를 부르는 그의 모습에 합격점을 줬다. 김소현이 여주인공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이 오페라의 유령은 7개월간 24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김소현은 일약 뮤지컬 스타 대열에 올랐다. 당시 나이는 24세.

그러니까 9년이 지난 지금 나이는 33세. 김소현은 나이에 생각보다 민감했다. '언제 세월이 이렇게 흘렀나' 하는 안타까움도 섞여 있었다. 기자가 청춘을 되돌리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뮤지컬에만 빠져서 20대 중·후반과 30대 초반의 청춘을 다 보냈다”며 “연애나 여행, 다른 취미 활동 등을 생각하면 기회비용이 무척 크지만 후회는 없다”고 답했다.

운명은 짓궂기도 하다. 크리스틴 역할은 계속 제안됐고, 김소현은 이에 화답했다. 2006년 오리지널 팀이 내한했을 때도 크리스틴 역을 맡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한 세계적인 뮤지컬 스타 브래드 리틀과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에도 크리스틴, 올해도 크리스틴, 내년 초에도 크리스틴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가을까지 서울 롯데월드 샤롯데 시어터에서 1년 동안 장기공연에 들어간 오페라의 유령에서 여주인공 역을 또 맡았으며, 오는 10월부터 내년 초까지 대구에서 장기공연될 오페라의 유령에서도 크리스틴이다.

◆뮤지컬·오페라 제2도시, '대구가 좋아요!'

김소현에게 대구는 직업적으로 제2의 고향이다. 뮤지컬이나 오페라의 경우 지방공연의 1순위가 부산이 아니라 대구이다 보니 매년 한두 번은 대구에 올 기회가 생기고 공연기간에는 이곳에 체류할 수밖에 없는 것. 10년 가까이 왔다갔다 하다 보니 이젠 막창도 좋아하고, 따로국밥도 즐겨 먹는다고.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도 매년 초청을 받아 참가하고 있다.

대구에 열혈 고정팬들도 있다. 이들에게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12인의 김사모'(김소현을 사랑하는 모임)다. 이 12인은 오페라의 유령 서울 공연기간에 대구에서 KTX를 타고 서울까지 올라와 몇 차례 공연을 보고 갈 정도로 뮤지컬을 사랑하고, 김소현을 아끼는 팬들이다. 그는 “이들은 저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힘의 원천”이라며 “대구팬들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든든해진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오는 10월부터 시작하게 될 대구공연에서 대구팬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고 덧붙였다.

김소현은 9년 전 크리스틴에 낙점된 이후 서울과 대구, 부산 등 전국을 오가며 20편 정도의 작품에 출연했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그리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지킬 앤 하이드' '대장금' '로미오와 줄리엣' 등 굵직한 대형 뮤지컬에서 줄곧 주연으로 활약했다. 2년 전에는 '마이 페어 레이디'로 한국뮤지컬 대상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다.

이번 오페라의 유령 대구공연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도 밝혔다. “대구로서는 획기적인 도전이고 세계적인 작품의 불패 신화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 세계에서 1억 명을 불러모은 세계 4대 뮤지컬(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 캣츠) 중에서도 최고인 이 공연이 대구 문화계에 활력이 될 것입니다.”

김소현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더 유명해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제가 대단한 스타는 아니잖아요. 데뷔할 때 생각한 것이 있어요. 유명세나 돈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에 온 힘을 쏟으면 절대 배신당할 염려가 없다고요. 매일 저를 위해 기도해주는 어머니 역시 딸이 실력 이상의 대접을 받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라고 수줍은 표정으로 마무리했다. 1시간여 인터뷰를 마치고 “혹시 부족한 게 없었냐”며 양해를 구한 뒤 공연 준비를 위해 개인 분장실로 뛰어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에는 순수함과 풋풋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 모습 역시 이내 반전이 찾아왔다. 2시간 후 실제 공연에서 무대에 오른 김소현은 인터뷰 때의 그녀가 아니었다. 완벽한 오페라의 유령 여주인공 '크리스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