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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하 집이 사진작업실로…‘작가 후원’ 새바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6. 00:13




심은하 집이 사진작업실로…‘작가 후원’ 새바람
컬렉터·기획자 모임 ‘프로젝트 808’ 교감·소통 나누기 화제
고급주택 기부 등 작가활동 ‘밀알’…전시 기획 모색도 활기


살던 집 작가에게 내주고, 기획전시 하고, 해외 스튜디오 물색하고…. 이젠 컬렉터들도 몸으로 뛰는 시대다. 미술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었던 컬렉터, 애호가들이 최근 작가 창작 지원에 직접 뛰어들었다. 단순한 금전 지원이 아니라 작가들과의 인간적으로 교감하는 도우미를 자청한다. 밀실 거래, 투기, 비자금 온상 등의 이미지가 유난했던 국내 패트런(미술 후원) 문화에 불어온 새바람이다.
패트런 문화의 진화를 앞장서 이끌고 있는 이는 왕년의 스타 배우 심은하(38)씨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심씨는 지난 4월 자신이 갖고있던 서울 청담동 한강변의 67평짜리 고급 빌라를 사진 작가 김도균, 장승효씨에게 작업실로 내어주었다. 수십억원대를 호가하는 저택을 조건 없이 “힘든 작가를 최대한 돕고 싶다”는 바람으로 내놓은 것이다.

심씨가 후원을 선뜻 자청한 데는 ‘프로젝트 808’이라는 컬렉터·기획자 모임이 산파 구실을 했다. 전병국 하나대투증권 이사와 치과의사 홍소미씨 등 금융계 컬렉터와 기획자 8명이 올 3월 젊은 작가 후원과 대화를 위해 결성한 모임이다. 심씨의 남편인 정치인 지상욱씨와 절친한 회원이 심씨에 제안해 작업실을 임대 기부하는 결실이 이뤄졌다고 한다. 프로젝트 808의 기획자인 한 관계자는 “심씨는 원래 자기 작업실로 쓰려다 우리 모임과 만나면서 힘들게 작업하는 젊은 작가들 공간으로 쓰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우리가 추천한 작가들과 심씨가 장시간 대화한 뒤 직접 입주 작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808 역시 작업실 후원으로 화답했다. 지난 30일 저녁 서울 평창동 전병국 회원 저택에서 작가 레지던시(입주) 스튜디오 개관식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 전 회원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대형 고급 주택이 작가 3명의 작업실로 바뀌었다. 이날 개관식에는 100명 넘는 작가와 기획자, 금융계·기업 컬렉터들이 찾아와 새벽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미 건물 2층, 3층의 방에는 지난달 초 사진작가 원성원씨와 미디어아트 작가 양아치가 입주했고, 차고에는 화가 서상익씨의 스튜디오가 들어섰다. 2~3년 계약 기간 동안 아무 간섭 없이 작업에 몰두할 수 있고, 내부엔 대형 서재와 홈시어터 감상실도 있어서 세미나, 상영회 등도 가능하다. 또 서울 성수동에 있는 전 회원의 40여평짜리 아파트도 ‘아토마우스’를 그린 팝아트 화가 이동기씨의 작업장이 될 예정이다. 큐레이터 신보슬씨는 “컬렉터의 저택이 작업실은 된 것도 고무적이지만, 이 공간에서 전혀 안면이 없었던 컬렉터들과 작가, 기획자가 작품과 미술판 사정 등에 대해 진지하고 열린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고 했다.

심씨나 ‘808’의 작업실 후원은 계약기간이 1~3년으로, 공공 레지던시(6개월~1년)보다 훨씬 길고, 작업 조건도 제한이 없다. 심씨의 청담동 빌라에 1년 기한으로 작업중인 사진가 김도균씨는 “작업 압박이 없고 자유롭다는 게 가장 좋다”며 “유학했던 독일에서도 이런 선례를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전병국 회원은 “작품보다 작가들을 좀더 가까이 만나면서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808은 기획자, 작가 등과 평생 교감하는 대화 공동체를 지향하고, 5일부터 서울 홍대 쪽 소노팩토리에서 소장품전도 열 정도로 전시기획에도 관심이 많다는 게 특징이다. ‘808’ 회원들은 작업실 후원 확대 말고도 외국 작가 교류 사업, 독일 베를린 스튜디오 개설 등의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도 구상중이다. ‘작가 후원의 작은 밀알이 되겠다’는 그들의 희망이 미술판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