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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생계비로 한 달 달동네 빈곤리포트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1. 23:01


최저생계비로 한 달 달동네 빈곤리포트
김소연 기자 ‘최저생계비’ 체험

‘한 끼를 3000원 이내로 해결하라.’

한달 동안 참여연대에서 지급받은 최저생계비 111만919원으로 빈곤 체험을 시작한 7월1일, 최우선 과제는 3000원으로 점심을 먹는 일이었다. 현재 최저생계비 품목에서 직장에 다니는 가장의 점심 비용이 3000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기자의 일터인 서울 종로구와 마포구 주변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3000원짜리 밥을 파는 식당이 없었다. 평균이 5000원이다. 인터넷을 뒤져 한 끼에 3000원 하는 밥집을 알아내긴 했으나, 갔다 오는 데만 30분 이상 걸리는 곳에 있어 포기했다. 3000원으로 가능한 점심은 라면과 김밥, 떡볶이 등 분식뿐이다.

첫 일주일은 결국 혼자서 분식으로 점심을 때웠다. 부실한 식사보다, 혼자 먹는 기자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왕따’가 된 것 같아 힘들었다. 할 수 없이 일주일에 한 번은 직장 동료들과 밥을 먹었고, 한 끼니에 5000~7000원을 써야 했다. 점심값 평균인 3000원을 맞추려고 일주일에 한두 차례는 도시락을 쌌다. 반찬으로 김치를 가져갔다가 기자실에 냄새가 퍼지는 바람에 하루 종일 민망해한 적도 있다. 보험일을 하는 희망이 어머니도 점심값을 가능하면 3000원 수준에 맞췄다.

점심보다 더 큰 문제는 저녁식사였다. 최저생계비로 잡힌 3인가구의 한 끼니 식사 비용은 평균 3500원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직장에 다니는 가장이 밖에서 3500원짜리 저녁을 먹으면, 집에 있는 두 식구는 굶어야 한다. 말문이 막혔다. 7월 내내 저녁 약속을 전혀 잡을 수 없었다. 물질적 결핍은,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달동네 장수마을은 서울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삼선공원 방향으로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20분가량을 걸어가야 한다. 밤 기온도 30도 이상으로 느껴지는 어느 더운 날, 배고픈 퇴근길에 비탈길을 오르다 보니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5분 남짓 망설인 끝에 1000원짜리 바나나우유를 사서 마셨다. 1000원은 어묵이나 두부를 사서 ‘괜찮은’ 반찬을 만들 수 있는 돈이다.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가격표들이 둥둥 떠다니고, 우유 하나 마음 편히 마실 수 없다는 생각에 잠시 눈물이 핑 돌았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