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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중단” 목숨 건 외침 … 한쪽에선 중장비 굉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27. 06:49


“4대강 중단” 목숨 건 외침 … 한쪽에선 중장비 굉음

ㆍ환경단체 함안보·이포보 농성 5일째 르포
ㆍ낮엔 폭염 밤엔 비바람… 휴대폰 연락 막히고 식량도 동나 안전 위협
ㆍ찬성주민 폭력·욕설, 경찰은 수수방관만… 4대 종단 항의 회견

4대강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경남 함안보와 경기 이포보를 점거한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농성이 5일째로 접어든 26일.

농성장은 낮에는 이글거리는 태양과 밤이면 몰아치는 비바람 등으로 최악의 상황이다. 함안보의 경우 식량이 거의 바닥난 데다 휴대폰 배터리 공급도 되지 않아 가족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포보에서는 연일 4대강 공사 찬성을 주장하는 일부 주민들이 시민단체 회원들의 농성 지지 행사장을 찾아와 몸싸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경찰은 수수방관만 하고 있어 신변 위협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포보서… 26일 오전 경기 여주군 이포보 앞에서 4대 종교단체가 4대강 공사현장인 보에서 농성 중인 활동가들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대응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먹을거리 다 떨어졌을 것”= 이날 오후 경남 창녕군 길곡군 함안보 공사현장. 함안보 타워크레인 아래에는 그물망이 쳐진 가운데 전경버스와 순찰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지난 22일 공사장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최수영(낙동강지키기부산본부 집행위원장)·이환문(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씨는 간간이 크레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낙동강을 그대로 흐르게 하라’는 농성현수막이 타워크레인 상판에서 강바람에 나부꼈다. 공사장 맞은편 컨테이너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국장은 “폭염 때문에 농성자들은 낮시간대에는 되도록 움직이지 않으면서 최대한 체력을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농성자들은 외부와의 연락도 끊겼다. 지난 25일 새벽 이환문씨가 ‘최수영씨가 속이 안좋다. 설사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것이 마지막 연락이다.

애가 탄 가족들은 그날 저녁 타워크레인에서 낙동강 너머 200m 떨어진 함안군쪽 강 둔치에서 큰 소리로 농성자들과 “잘 있어요?” “응 그래 잘 있어. 걱정마요”라는 단 두어 마디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경찰은 휴대폰 배터리 공급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창균 신부 등이 이날 경남지방경찰청을 항의방문했지만, 속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조현기 함안보 피해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밤이 되면 거센 바람 때문에 크레인 위 농성자들의 안전이 매우 위협받는데도 이를 외부에 알릴 수단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음식도 거의 다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 23일 조승수 의원이 현장을 방문한 뒤 경찰과 협의해 1.8ℓ짜리 생수 6통과 빵 10여개를 전달한 것이 전부다. 김경철 국장은 “이를 두 사람이 나눠 먹어야 하고, 폭염 때문에 마시는 물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먹을거리조차 다 떨어졌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날 환경단체 농성장에서는 경남 마산교구 백남해 신부의 주례로 천주교 신도와 환경단체 회원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시국미사가 처음으로 열렸다. 박창균 신부는 “주교회의에서 4대강 사업 반대를 천명했음에도 우리는 정작 얼마나 절실하게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애썼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면서 “생명의 강이 온전하게 흐르기를 기원하는 우리의 애절한 마음을 모아 국민들에게 전달하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처절한 4대강 반대의 절규가 포클레인 소리에 묻힌 것일까. 함안보 상류쪽 700m 떨어진 곳에서는 수십대의 중장비와 트럭이 동원돼 강 안쪽 언덕배기를 들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조현기 위원장은 “저런 모습은 운하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니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26일 오전 경남 낙동강 함안보 18공구 공사장 40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부산, 경남 환경연합 활동가 두명이 현장 소식이 적힌 피켓을 들고 ‘4대강 정비사업 전면 중단’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이포보 폭행사태 불구 경찰 방관”= 경기 여주군 이포보에서는 이날 4대 종단 대표와 신도, 시민단체 회원 등 50여명이 경찰의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단체 회원이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현수막을 빼앗는 바람에 찬반 양측 간에 또한번 승강이가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4대 종단 대표들은 “고공 농성 중인 환경단체들의 뜻과 행동을 지지한다”면서 “경찰은 더 이상 불미스러운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집행을 엄정히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언제라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되자 신변 위협마저 느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포보 공사현장은 한마디로 무법천지”라며 “평화적인 시위 현장을 난입해 집기를 부수고 각목을 휘둘러 사람들이 다쳐도 경찰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포보 교각에서 닷새째 고공 농성 중인 사람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지난 22일 새벽 이포보에 올라갈 때 준비해온 비닐을 얼기설기 짜 맞춰 임시 숙소로 만든 뒤 비와 바람을 피하며 어렵게 버티고 있다. 바깥 사정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휴대전화를 통해 간간이 전해 듣는 것이 전부다. 이들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중단할 때까지 고공농성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찬성주민이 몰려와 여주현장지원 상황실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아직 경찰은 오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안타까워했다.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상황지원실장은 “정부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지금이라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