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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룡 “패배도 좋은 경험이라는 운재 형 위로 잊지 않겠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5. 22:03


정성룡 “패배도 좋은 경험이라는 운재 형 위로 잊지 않겠다”


ㆍ경기 당일에야 출전명단 확인
ㆍ아르헨전 4골 내주고 심란했지만 갓 태어난 아들 덕에 힘 얻어

지난달 26일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패한 후 그라운드에서 울고 있는 정성룡(25·성남)을 위로한 건 그에게 주전 자리를 넘겨준 이운재(37·수원)였다.


남아공 월드컵에 다녀온 후 정성룡의 표정이 무척 밝아졌다. 대표팀 주전 골키퍼를 꿰차고 떡두꺼비 같은 아들까지 봤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정성룡이 5일 성남 탄천운동장에서 미소를 띤 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성남 | 김창길 기자

“괜찮다”며 정성룡의 어깨를 토닥인 이운재는 “패배는 잊어버려. 정말 좋은 경험을 한 거야. 앞으로 대표팀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다”라고 말했다. 존경하는 선배의 위로에 정성룡은 감동했다. 그리고 ‘나도 운재형처럼 오래도록 한국을 대표하는 믿음직스러운 골키퍼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성룡도 그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포스트 이운재’를 향한 경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대표팀은 허정무 감독을 이을 새로운 사령탑을 찾고 있다. 새로 선임될 감독이 정성룡을 계속 주전으로 기용할지는 알 수 없다.

5일 성남 탄천운동장에서 만난 정성룡은 “운재형도 ‘그 자리는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했다”며 “(김)영광이형이나 (김)용대형 등 잘하는 선배들이 많으니 월드컵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남아공월드컵은 정성룡에게 인생 최대의 전환점이었다. 그는 그리스전 전날까지 자신이 주전임을 알지 못했다. 전날 밤 김현태 골키퍼 코치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언질을 받았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자신이 경기에 나서는 걸 확인했다.

가슴이 요동쳤다. ‘언젠가 기회는 온다’는 믿음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2004년 포항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2년 동안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2006년 주전 골키퍼로 선 경험이 있다. 정성룡은 “그때의 경험이 대표팀 벤치에서 날 버티게 한 힘이었다”고 말했다.

그리스전은 2-0, 무실점으로 승리했다. 그리스의 장신을 활용한 공격을 무력화하는 데 성공한 그에게 많은 칭찬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후 경기는 쉽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전에서는 무려 4골을 내줬다. 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대량 실점. 심란한 마음으로 숙소에 있는데 다음날 새벽 아내 임미정씨(23)가 무사히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빠에게 힘을 주려고 그때 태어난 것 같아요. 사랑이(태명)가 엄마 힘들지 않게 10분 만에 나왔대요. 태어나고 나서 우리가 16강에 올랐으니 복덩이예요.”

정성룡은 아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나이지리아전에 나섰다. 1-1 동점골을 넣은 이정수(가시마)와 동료로부터 아기 어르기 세리머니로 축하까지 받았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복덩이 아들을 보는 재미로 산다. “와서 보니 사진보다 더 예뻐요. 보고 있으면 눈을 뗄 수가 없다니까요.”

그러나 아들 보는 시간도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이날도 4건의 인터뷰 약속이 잡혔다는 그는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인터뷰를 해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평소 말수가 적은 그는 “축구보다 인터뷰가 더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월드컵으로 높아진 팬들의 관심을 즐기는 듯했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