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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평리초교 성공적 운영 현장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2. 22:13


대구 평리초교 성공적 운영 현장

대구평리초교가 운영하고 있는 돌봄교실이 보육과 학습을 겸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학생들의 학교 속 '가정'이 되고 있다.  

   저출산,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등 방과후 가정에서 돌볼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는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운영되고 있는 돌봄교실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대표적 공교육 강화 방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더구나 최근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뿐 아니라 조손가정, 한부모가정이 늘어나면서 '돌봄 공백'이 심각한 사회문제화 되면서 돌봄교실이 이러한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돌봄교실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이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교육 혁명을 이룰 수 있다고 진단한다. 성공적인 돌봄교실 운영사례로 꼽히는 대구평리초등학교를 찾았다.
24일 오후 대구 서구 평리초등학교의 3층 대회의실에 마련된 돌봄교실, 4학년부터 6학년까지 1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제각각 과제물에 열중이다. 6학년 영준이가 수학 문제를 열심히 풀고 있었다. 방정식 문제가 어려웠는지 잠시 고민하자 고현화(영남대 국제통상3) 씨가 차근차근 방정식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 줬다. 금세 이해가 됐는지 경준이는 나머지 문제를 술술 풀어나갔다. 이를 본 현영이가 국어 문단나누기 숙제를 도와 달라며 고씨의 팔을 잡아당겼다. 같은 학교 친구인 손지희(영남대 경제금융4) 씨가 대신 다가가 친절하게 문제풀이법을 설명했다.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에게 간단한 음료와 빵도 챙겨줬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수업시간 내내 보육교사와 대학생 멘토들이 학생들 사이를 돌며 학생들의 과제물을 꼼꼼히 챙기고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돌봄교실은 땅거미가 내릴 때까지 이어졌다. 퇴근시간 무렵, 엄마의 손을 잡고 교실을 나선 진형이는 “대학생 언니와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어 혼자 집에 있는 것보다 좋다“고 활짝 웃었다.

이곳에는 영준이와 영진이 같은 고학년 학생이 10여 명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1~3학년을 대상으로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이 학교는 별도로 4~6학년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학생들은 정규수업이 끝나고 학원으로 달려가는 또래들과 달리 돌봄교실로 향한다. 오후 3시 30분부터 시작되는 돌봄교실은 오후 5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전담교사 1명 외에도 자원봉사 대학생 4명이 방문 아이들의 숙제와 공부를 돕는다.

이들은 대부분 맞벌이 부부, 소외계층 학생들로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모두 바빠 아이들의 숙제와 학습을 챙겨주지 못하는 가정의 자녀들이다. 학교 측은 아이들이 아침마다 숙제를 하지 않아 꾸중을 듣게될까봐 학교 가는 것을 싫어하게 된다고 판단, 지난 4월부터 학생들이 학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겁게 하기 위해 숙제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돌봄 교실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숙제를 하게 하거나 보육에 그치지 않고 교과보충학습은 물론 특기적성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개인별 맞춤교육을 실시하고,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방과후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 보육과 학습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것. 참가 학생들은 숙제나 교과학습은 물론 오카리나, 리코더, 종이접기 등 요일을 달리해 운영되는 특기교육을 받을 수 있다. 돌봄학교는 '돌봄'이라는 보육 기능에 1차적 목적이 있지만 학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학습'과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매주 토요일 '토요 테마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토요휴업일 중점학교로 지정되어 유아동 나무공작교육프로그램과 도서관체험, 로봇교실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매주 4번째 토요일에는 극장 영사기 기사, 환경미화원, 고철상인, 제과점, 자동차 정비소 등으로 구성된 온라인 시민모임인 '행복을 나누는 마을'과 한일극장의 후원으로 교사들과 함께 영화관람에 나서기도 한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학습통장을 만들어 주별 출석률, 과제 해결 정도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 퍼펙트 도장을 10개 이상 받으면 선물을 주는 등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아이들이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류지정 돌봄교사는 “수업 후 오갈 데 없어 학교주변을 배회하던 아이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갖게 된 게 큰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학과시간 이후 자녀를 믿고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던 부모들에게도 돌봄교실은 인기다. 학습부진학생 지도와 특기·적성교육으로 학력 향상은 물론 사교육비 경감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학부모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것. 학교에 다니는 아이 걱정에 직장을 그만둘 생각을 했던 김수진(44) 씨는 “회사에 다니는 엄마가 자녀 때문에 일찍 귀가하겠다고 하면 흔쾌히 '그러라'고 답할 상사나 회사가 있을까“라며 “돌봄교실 덕에 마음 놓고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어 학교 측에 감사한다“고 했다.

특히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학부모도 경제 형편에 따라 급식비와 간식비, 특기적성 활동비와 체험 활동비 등 일부를 부담하는 타 학교의 돌봄교실과 달리 저소득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간식비, 교재비 등이 일체 무료다.

박길석 교장은 “아무도 돌봐 줄 사람이 없이 방임된 아동이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방임 아동은 일탈 가능성이 높고 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뿐 아니라 조손가정, 한부모가정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돌봄 공백이 심각한 아동복지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학생과 학부모,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속적으로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사교육비 경감은 물론 사회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가정과 같은 정서적 안정을 주고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