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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날 수 있어 행복하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2. 21:39




“박수칠 때 떠날 수 있어 행복하다.”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일군 허정무(55) 감독이 축구대표팀 사령탑에서 떠났다. 허정무 감독은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감독 인선에서 물러나겠다. 대한축구협회가 후임 감독 선정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일찍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분간 재충전 시간을 가지면서 공부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허정무 감독이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홀가분한 미소를 짓고 있다.

허 감독은 2007년 12월, 7년여간 이어지던 ‘외국인 감독 시대’를 끝내고 한국인 지도자로 심판대에 올랐다. K-리그 전남을 이끌다 대표팀을 맡은 허 감독은 “축구인으로서 인생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그만큼 결연했다. 결국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이뤄냈고, 한국인 감독 월드컵 첫 승과 원정 월드컵 16강까지 달성했다. 계약 기간은 남아공월드컵 종료까지였다.

조중연 축구협회장은 “경험 있는 국내 지도자가 오랫동안 대표팀을 이끌 때가 왔다.”면서 허 감독의 유임을 바란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허 감독은 고심 끝에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컸다. 취임 2년 6개월 만이었다. 허 감독은 “월드컵과 함께 감독 계약이 끝났기 때문에 ‘사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16강 목표를 이루고 그만둬 다행이다.”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최고의 순간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악의적인 비난에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것도 내비쳤다. 허 감독은 “잘못해서 비판받는 건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어떤 때는 인신공격성이 지나친 게 많다. 주위 가족들까지 힘들다.”고 말했다. 연임을 놓고 고민하던 허 감독이 결정적으로 마음을 굳혔던 계기도 인터넷에 떠도는 네티즌들의 악의적인 댓글과 그로 인한 가족들의 만류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좋은 기억도 많다. 허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16강 진출했을 때 정말 기뻤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을 봤을 때 고맙고 뭉클했다. 정말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허 감독은 “축구계에 능력있고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은 만큼 좋은 국내감독이 대표팀을 이끌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국내 지도자에 힘을 실었다. 후임 감독에게 “대표선수들 모두가 능력있고 발전하는 선수들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정진했으면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30개월간 조련해 온 한국축구도 객관적으로 진단했다. 허 감독은 “체력이나 정신력, 조직적인 면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 가장 부족한 게 기술적인 부분이다. 볼터치와 패스능력, 순간 상황 판단능력, 영리한 플레이 등은 기초부터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유소년 축구 육성이나 프로축구 K-리그 복귀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당장 K-리그로 간다든지 하는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축구를 통해 사랑받는 위치에 올랐으니 축구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