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찮은 북한에 혼쭐난 브라질
'하얀 펠레' 카카(레알 마드리드)는 갑갑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지존 풀백' 마이콩(인터 밀란)은 아예 짜증을 냈다. 급기야 '거미손' 줄리우 세자르(인터 밀란)가 지키던 골문까지 활짝 열렸다.
통산 여섯 번째 우승 도전에 나선 '삼바 군단' 브라질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북한의 강력한 수비에 고생하다 가까스로 자존심을 지켰다.
북한과 브라질의 G조 조별리그 첫 경기가 열린 16일(한국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엘리스 파크 경기장.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은 본선 진출 32개국 중 최하위(105위) 북한을 맞아 여유 있게 경기를 시작했다.
호비뉴(산투스)는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드리블 머신'이란 별명답게 현란한 발놀림을 선보이며 북한 진영 왼쪽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자신감 가득하던 브라질 선수들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먼저 브라질을 놀라게 한 것은 올가미를 씌우듯 덮쳐오는 북한의 끈끈한 수비였다.
개인 기량에서 차이가 커 쉽게 농락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북한 수비진은 시간이 갈수록 숫자가 많아졌다.
여러 겹으로 늘어서 간격을 유지하던 북한 수비진은 브라질 공격수가 그 사이에서 공이라도 잡으면 어느새 두세 명씩 바짝 다가서 에워쌌다.
마치 누군가 벼리(그물코를 꿰놓은 줄)를 잡아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단숨에 죄어든 그물망에 브라질 공격수들은 공을 빼앗기거나 허겁지겁 뒤로 패스를 돌리기 일쑤였다.
브라질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해야 할 카카는 자꾸 패스가 끊기자 답답한 표정을 지었고, 전반 33분 경기장을 벗어난 공이 북한의 공격으로 선언되자 마이콩은 짜증스런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브라질은 일방적으로 공격을 주도했음에도 전반 45분 동안 북한보다 1개 많은 3개의 유효슈팅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북한 수비의 올가미에 걸려 손발이 묶여 있었던 셈이다.
경기 흐름이 바뀐 후반에는 북한의 날카로운 '한 방'이 다시 브라질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후반 10분 마이콩은 북한 골문 오른쪽 구석에서 뱀처럼 휘어들어가는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을 날려 선제골을 뽑는 데 성공했다.
골을 넣은 마이콩은 동료 선수들에 둘러싸여 거의 흐느끼다시피 하며 기쁨을 나눴다. 전반 내내 북한의 수비에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자신감을 되찾은 브라질은 17분 뒤 추가골까지 넣으며 무난하게 경기를 끝내는 듯했다.
그러나 두 골이나 허용하고도 북한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보여줬다.
무너지지 않고 버틴 북한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전열을 가다듬고 역습에 나섰고, 결국 후반 44분 지윤남(4.25체육단)이 정대세의 헤딩 패스를 받아 만회골을 넣고야 말았다.
이후로도 북한은 브라질 진영을 휘저으며 골문을 위협했다.
브라질로서는 44년 만에 본선에 올라온 최하위 팀을 맞아 두 골이나 먼저 넣고도 끝까지 마음 졸이는 경기였다.
문화복지신문
기사 출처 : [제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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