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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 웬 섬진강 물고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5. 24. 08:10


청계천에 웬 섬진강 물고기


청계천에 살고 있는 물고기 가운데 상당수가 한강에서 올라온 게 아니라 방류된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생태계가 스스로 복원됐다”는 서울시의 홍보가 거짓 또는 과장이라는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갈겨니(위 사진)와 줄납자루.

전북대 생물학과 김익수 교수는 23일 “청계천에 사는 물고기를 살펴본 결과 섬진강에만 사는 갈겨니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갈겨니는 한강수계에는 살지 않는 물고기”라며 “일부러 넣지 않는 한 청계천에서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지난해 2월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갈겨니가 산란을 통해 서식이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교수에 따르면 한강 주위에는 갈겨니와 비슷한 참갈겨니만 살고 있다. 갈겨니는 참갈겨니와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지만, 눈동자 위에 빨간 점이 있다.

현재 청계천에서 발견되는 줄납자루와 가시납지리도 방류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선 줄납자루와 가시납지리는 유속이 느린 곳에 살고, 서식지에서 10m 밖으로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는 특수한 어종이다. 유속이 빠른 청계천에 저절로 유입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또 두 종류 모두 조개에 알을 낳아 번식하는 물고기다. 하지만 청계천에는 조개가 없다. 청계천에서 번식했다고 보기도 힘든 셈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지난 2월4일 낸 보도자료에서 “줄납자루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방류 의혹에 대해 “시민들이 방류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시민들에 의해 방류됐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시민들의 방류만으로 많은 수의 물고기가 서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참종개에 대해서도 과장 홍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2008년 10월2일 “우리나라 고유종인 참종개가 (청계천에) 새로 등장했다”며 “플랑크톤이 많아져 이를 먹고 사는 어류들이 중랑천에서 거슬러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5개월 전인 같은 해 5월 홈페이지에 참종개 5000여마리를 방류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스스로 방류했다고 밝힌 사실을 뒤집고 청계천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왔다고 왜곡한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관계자도 “민물고기보존협회에서 참종개를 사다가 청계천에 넣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서울시는 초기만 해도 일부 방류 사실을 인정했지만 최근에는 부인하고 있다. 김 교수가 조사를 벌인 지난 17일 현장에 나왔던 서울시 청계천관리본부 관계자는 “청계천 복원 뒤 인위적 방사는 없었다”며 “어류는 중랑천에서 거슬러 올라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물고기 공급업자인 조모씨는 “청계천 복원 뒤 청계천 관리사무소에 물고기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서울시의 거짓 홍보에 대해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지적해 왔으나 고쳐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생어종연구협회 이학영 회장은 “어류를 사다가 복원했다는 말을 빼고 청계천 수질이 좋아져 몇 종 늘었다고 홍보하면 왜곡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해명을 유보한 상태다.

또 서울시는 ‘청계천은 건강한 자연’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수질은 그렇지 못했다. 김 교수는 “영양물질이 없어 물고기들이 생식 기능을 거의 잃었다”며 “5월이면 한창 산란할 시기인데 물고기 5마리 중 4마리에서 정액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청계천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총 27종이다. 이는 복원 전 물고기가 4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이를 위해 어느 정도의 돈이 쓰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