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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막을 수 있다 “ 자살 예방교육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5. 10. 00:16


[죽음의 문턱에 선 아이들]

자살 막을 수 있다  “ 자살 예방교육 “

“자살 생각이나 우울증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하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친구들, 선생님과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죠. 이젠 스스럼 없이 이야기도 나누고 속마음도 표현할 수 있게 돼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기도 수원 계명고등학교 박동현(18·가명)군은 지난해 12월 자살예방교육 3단계 과정을 모두 마친 뒤 뿌듯한 마음으로 소감문을 적었다. 6개월 전 처음 학교에서 ‘이상한’ 설문조사를 할 때만 해도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함께 1박2일 생활을 하며 다도체험을 하거나 ‘밥퍼’ 자원봉사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박군이 자살예방교육을 받게 된 것은 2008년 6월 수원시자살예방센터 상담원이 계명고등학교로 찾아오면서부터다. 2학년 모든 학생이 각 교실에서 자살 관련 동영상을 관람하고 자살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상식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이후 간단한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우울증, 불안, 자살위험 등을 알아보는 1차 척도검사였다.


◇지난해 7월 수원시자살예방센터가 개최한 2단계 자살예방프로그램에 참여한 수원 계명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내 실습실에서 제빵실습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감정표현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 검사에서 박군은 고위험군 학생으로 분류됐다. 평소 우울한 감정이 들고 문득문득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반항심이 들었다. 같은 반 아이들에게도 왠지 창피한 기분이었다. 박군은 2차 자살예방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주일에 2회씩 3주간 진행되는 2차 프로그램은 학부모, 담임교사, 학생 본인의 동의서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본인 희망 여부가 절대적이었다.

박군을 설득하기 위해 계명고에서 10여년간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준 이순희 상담교사가 나섰다. “한 번만 받아보고 싫으면 그때 그만 하자”며 박군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다.

박군의 어머니와 면담을 하며 일주일 간의 노력 끝에 동의서를 받는 데 성공했다. 고위험군에 속한 아이가 박군만이 아니라는 점도 마음을 돌리는 이유가 됐다.



박군을 비롯한 2차 프로그램에 참여한 8명의 학생은 매주 두 번씩 모여 다양한 활동을 가졌다. 함께 영화를 관람하기도 하고, 스스로 인생곡선을 그린 후 자서전을 쓰기도 했다. ‘세상에 혼자밖에 없는 것 같다’는 이유로 수차례 자해를 해 손목이 온통 상처투성이인 친구의 이야기도 들었다.

감정표현이 서툴기만 했던 아이들이 점점 진솔한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서로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주고 있었다. 2단계 과정을 마친 아이들은 자살예방 캠페인을 펼치고 보호시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소풍을 가는 등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갖는 3단계 프로그램도 함께했다.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높은 벽을 쌓고 살던 아이들이 마음을 열게 된 데는 학교와 학부모, 자살예방센터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

이달순 계명고 교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과 교육을 통해 손을 내미는 것이 학교가 해야 할 일”이라며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꾸준히 자살예방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담임교사와 상담교사는 학부모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꼼꼼히 챙기며 프로그램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지원했다.

5년째 이 학교에서 자살예방프로그램을 운영한 수원시자살예방센터에는 6명의 상담원과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예방교육을 희망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설문, 또래지킴이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원하는 학교 전부를 교육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꾸준히 자살예방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계명고도 다른 학교를 위해 올해는 1단계로 마무리했다.

서청희 팀장은 “입시에 치중된 학교들이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자살예방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사춘기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 만큼 1단계 프로그램만이라도 실시해 자살 고위험군 아이들을 발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