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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있는 한명숙, 초조한 검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4. 4. 09:01


여유있는 한명숙, 초조한 검찰


ㆍ궁지에 몰린 검찰 ‘골프콘도 무료이용’ 카드로 반격


  무리한 공소 여론에 밀리던 검찰이 공짜 골프 카드를 내놓으며 반격에 나섰다. 3월 19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오후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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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수뢰의혹 사건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뇌물이 전달된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궁지에 몰렸던 검찰이 ‘골프콘도’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며 반격에 나서는 양상이다. 재판부가 한 전 총리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된다면 재판의 흐름이 반전될 가능성은 높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의 피고인 심문을 앞두고 있다. 수뢰와 골프 의혹이 제기된 이후 그가 자신의 입으로 구체적인 증언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전 총리는 법정 증언을 통해 무죄 입증의 쐐기를 박는다는 계획이어서 선고를 앞두고 기 싸움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 시종일관 당황한 기색 없어
재판은 한 전 총리의 서울시장 선거 준비를 위해 주당 3~4차례 공판을 여는 집중심리로 진행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종일재판이 열리기도 한다. 그러나 재판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검찰은 수사를 담당한 이태관 검사 이외에도 권오성 특수2부장 검사가 법정에 나와 직접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초반에 진행된 증인심문 과정에서 ‘무리한 기소’라는 여론이 비등하자 검사 2명을 추가 투입, 부서 전체가 한 전 총리 사건에 매달리고 있다.

검찰의 증인심문이 무리하게 진행되면 방청석에서는 한 전 총리의 지지자들로부터 야유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재판이 반환점을 돌 때까지 수뢰의 결정적 증거나 나오지 않으면서 법정 분위기는 한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한 전 총리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이다. 한 전 총리는 증인이 나와 검찰에 유리한 증언을 할 때면 날카로운 표정으로 증인을 바라보다가 ‘말도 안 된다’는 듯한 웃음을 보인다. 현장검증 당일에는 팔짱을 끼고 검증 과정을 지켜보거나 창밖을 내다보며 “눈이 정말 많이 내리네요. 좋은 날이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이 골프콘드 무료 사용 증거를 제시했을 때 역시 한 전 총리에게서는 전혀 당황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검찰은 새로 발견한 증거의 내용을 폭로하기 위해 다급한 모습이었다. 검찰은 증거 제출 취지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하루 숙박비가 66만원인 제주 골프콘도에 한 전 총리가 2년 동안 26일 체류하며 골프를 쳤고, 곽 전 사장이 사용료를 대납했다”며 구체적인 내용까지 설명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재판장은 “증거 제출 취지를 설명하라는 자리였지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기회를 준 것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하며 폭로전을 공개 비방, 검찰이 머쓱해 하는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환자복 차림에다 휠체어를 탄 힘겨운 모습으로 법정에 등장했다. 곽 전 사장은 증언을 하면서도 “판사님, 저 죽을 거 같아요”라는 등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방청석에 앉아 있는 곽 전 사장의 아내는 법정 증인이 곽 전 사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때면 “거짓말”이라며 분노하면서도 휴정 때는 곽 전 사장에게 다가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전 총리 수뢰의혹 사건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검찰과 한 전 총리, 곽 전 사장 3자 간의 폭로전과 신경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진실게임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전 총리의 수뢰 혐의와 곽 전 사장의 횡령 혐의에 대한 법원의 선고는 모두 4월 9일 내려진다.

검찰, 친분관계 뒷받침 ‘골프’에 집착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3월 22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현장검증을 벌였다. 현장검증은 2006년 12월 20일 문제의 오찬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오찬장을 나오는 장면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명숙 전 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휠체어) 등이 3월 22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진행된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의혹 사건 현장검증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 전 총리는 ‘오찬을 마친 뒤 돈 봉투를 챙길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오찬장을 나서기 전에 비서과장이나 공관팀장, 경호원이 돈 봉투를 챙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검증에서는 오찬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이 오찬장 문을 열고 나오면 7m 거리에 위치한 소파에서 비서과장이 오찬장 앞으로 다가가는 장면이 재연됐다. 오찬장 문이 열린 뒤 비서과장이 손가방 등 소지품을 챙겨 오찬장 앞까지 가는 데 소요된 시간은 5초였다.

재판부가 ▲참석자들이 오찬장을 나서고 ▲곽 전 사장이 의자에 돈을 내려놓으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한 전 총리가 의자에 있는 돈을 집어 서랍장에 넣고 ▲오찬장을 나오는 일련의 행동이 5초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하면 결과는 검찰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검찰은 5초 이내에 이 모든 행동이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오찬장 문가에 있는 곽 전 사장의 의자와 안쪽 벽에 붙어 있는 서랍장과의 거리를 따져볼 때 5초 이내에 돈을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변호인의 반론도 힘을 얻고 있다.

곽 전 사장은 “다른 참석자들이 오찬장을 빠져 나간 뒤 한 전 총리와 단 둘이 남아있을 때 5만달러가 든 돈 봉투를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돈을 놓는 모습을 한 전 총리가 봤는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된다”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결국 검찰은 한 전 총리의 수중에 5만달러가 들어갔다는 진술도,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검찰이 ‘골프’에 집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증거 없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난이 들끓고 증인들이 진술을 번복해 공소유지에 어려움을 겪자 검찰은 한 전 총리의 골프 기록을 찾아내기 위해 수사력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2008~2009년 제주의 L골프빌리지를 무료로 이용하며 수차례 골프를 쳤고, 그 비용을 곽 전 사장이 대납했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출했다. 그동안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온 한 전 총리의 도덕성이 흠집 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공소 사실은 5만달러 수수 혐의다. ‘골프’는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친분관계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다.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의 돈으로 골프를 친 사실이 확인돼도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골프를 친 일이 없다”고 주장해 온 한 전 총리의 진술은 신빙성을 잃게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수뢰 혐의를 부인한다 해도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진실성을 의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검찰은 다른 첩보를 여러 건 입수해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져 어떤 카드가 등장할지에 따라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