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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사후 14년… 부산 첫 추모 콘서트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31. 07:43


김광석,사후 14년… 부산 첫 추모 콘서트



그가 사막이 되기 전에,/ 내가 사막이 되지 않고 한 포기 풀로 견디는 데에 그의 노래가 큰 힘이 되었음을, 그 고마움을/ 전할 수 있었다면 그는 아직도 노래할까/ 나는 그의 몸속에 모래가 쌓이고 있음을 몰랐다/(…) 오늘도 나는/ 그의 노래들을 들으며 사막을 비껴간다'.

이희중의 시 '오늘 위로하지 않으면 내일 사막이 된다'는 김광석(1964~96)을 기리고 있다. 많은 이들을 사막에서 구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뒤돌아보지 않고 꽃잎처럼 홀로 가버린 무정한 사내. 김광석을 떠올리면 마치 실연의 심사처럼 가슴 한 쪽이 서늘하다.

천의무봉. 전무후무. 목소리 하나만으로 감동을 주는 가수는 이제 이 땅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단언컨대, 이런 목소리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그의 노래는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지.“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매혹적이라는 의미의 추상적 수사가 아니다. 그의 목소리는 결코 밖으로 내지르는 법이 없다. 대신 한껏 안으로, 안으로 흡수한다. 그런데도 울림 깊은 소리로 자욱하다. 뿜어내지 않고 빨아들이는 사람의 목소리라니. 속으로 부르는 노래, 이게 김광석의 음악인 것이다.

1989년부터 95년까지 무려 1천여 회가 넘는 라이브공연을 했던 그는 진정한 가객(歌客)이었다. 가수는 직업이고, 공연장은 직장이라는 소박한 믿음으로 그는 매일 공연장으로 출근했다. 그것은 지금 한국 대중음악사와 공연 역사의 전설로 남아 있다. 1996년 1월, 그는 죽음으로써 전설을 완성했다. 서른두 해의 짧은 생이었다. “혼자 남은 밤, 이제 누구로부터 위안 받아야 하나.“ 빈자리에 남겨진 뭇 청춘들의 절망을 뒤로한 채로 말이다. 그러나 죽어서도 그의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해마다 1월이면 전국 곳곳에서 그를 기리는 자리들이 마련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김광석 추모 콘서트가 열린다. 그의 죽음 14년 만이다.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다양한 연령층의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다. 김광석이 몸담았던 밴드 '동물원', 절친한 친구 박학기를 비롯해 유리상자, 나무자전거, 한동준 등 동료가수와 김범수, 서인국 등 후배 가수들이 시가 된 김광석의 노래들을 부른다. 1992년 대구 공연 때의 모습을 담은 미공개 영상도 이날 처음 공개된다고 한다. 화려한 퍼포먼스나 깜짝 놀랄 기교 없이 오직 음악의 순수 하나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수익금은 김광석 추모사업회 기금으로 쓰인다.(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