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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똑같은 노동자” 현대차 전주공장 ‘아름다운 연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21. 09:44


“우린 모두 똑같은 노동자” 현대차 전주공장 ‘아름다운 연대’
전주 | 정제혁 기자

ㆍ“비정규직 총고용 보장” 정규직 노조 대거 응집, 노동운동에 값진 경험

비정규직 해고를 막기 위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정규직 노조의 연대가 열흘 넘게 지속되면서 여론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일하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15일 오전 공장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다.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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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는 비가 내린 지난 15일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24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아침출근길 선전전에는 150여명이 참가했다. 한 참가자는 “어지간한 임단투 때보다 더 많은 숫자”라고 말했다. 또 공장 내 모든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를 상대로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정규직 조합원 3500여명은 지난 5일과 12일 잔업을 거부했다. 비정규직 조합원 200여명은 지난 13일 특근을 거부했다. 이들은 회사가 고속버스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18명을 해고하려는 데 맞서 비정규직의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은 “비정규직도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동료”라는 인식 때문이다.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이동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 의장은 “나도 외환위기 때 1년간 무급휴직을 당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며 “비정규직 대부분이 40대 이상이고 부양하는 식구도 많다. 이들이 쫓겨나는 것을 어떻게 가만히 볼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당시 회사로부터 받은 퇴직금 명세서를 지금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일자리에서 밀려났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 의장은 “경영 실패의 책임을 비정규직에게 떠넘기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7년 고속버스 생산물량이 늘자 사측은 생산라인을 주야 맞교대로 돌렸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안 돼 일감이 줄더니 2008년 11월부터 잔업과 특근이 끊겼다. 임금도 대폭 깎였다. 상황이 악화된 것은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 때문인데 이 책임을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게 이 의장의 얘기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해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주위의 시선도 따뜻하다. 입사 2년차로 버스부 도장반에서 일하는 박모씨(35)는 “얼마 전 고향인 대구에 내려갔더니 사람들이 ‘현대차노조가 모처럼 정신차리고 좋은 일 한다’고 칭찬을 하더라”고 전했다. 버스부에서 차체 제작을 하는 서모씨(35)는 “현대차노조는 이기주의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노조 내부의 응집력도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전주공장에 있는 현장 5개 조직은 비정규직의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선거 때마다 부딪치고 노선을 달리하는 세력이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상철 교육선전부장은 “현장 순회나 교육을 나가면 조합원들이 ‘수고한다’는 말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차 해고 통보를 받게 될 사내하청 18명의 태도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해고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일터를 떠나면 싸움의 동력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단이 노동운동의 기저를 허무는 현실에서 이번 연대는 결과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값진 경험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이동기 의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같은 노동자구나. 하나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연대의식과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