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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비정상적’ 사전검사‘보이지 않는 손’ 작용?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17. 10:29


[커버스토리]‘비정상적’ 사전검사‘보이지 않는 손’ 작용?


국민은행 PC 압수설 논란… 관치에 대한 두려움 확대

지난 1월 4일 금융감독원 주재성 부원장보가 여의도 금감원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국민은행 사전검사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서다. 요지는 두 가지였다. 국민은행 검사는 정당한 절차를 거친 통상적인 조사였고, 개인용 PC는 압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덧붙여 행장 운전기사에 대한 면담조사는 제보에 따른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기자회견은 금융감독원 김종창 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간에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국민은행 측에 전화를 걸어 “회장추천위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감독 당국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KB금융지주 회장 선출을 둘러싼 ‘관치’논란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관치를 했다는 사람도 당했다는 사람도 없지만 관치는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증거는 없지만 심증은 뚜렷한 새로운 형태의 MB식 관치. ‘그림자 관치’는 숱한 의혹을 남기고 있다.

일주일 지난 뒤 “사실 아니다” 해명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관치’ 논쟁이 촉발된 계기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해 12월 24일 전해진 국민은행 PC압수설이었다.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국민은행 사전검사에서 PC를 가져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의도 금융권은 충격에 빠졌다. 당장 금융 당국이 사실상 ‘강정원 OUT’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확산됐다. 국민은행은 금감원이 PC를 떼어 가려 하자 ‘왜 떼어 가느냐”며 항의했지만 금감원은 되레 “떼어 가면 안되는 이유를 대라”고 반박했다는 얘기도 여의도 금융권에서는 나돌았다. 압수수색권이 없는 금감원이 사무실 PC를 떼어 간 것은 ‘권력남용’이 아니냐며 똑같은 상황이 재현될 것을 대비해 내부적으로 자문한 금융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검사에서 KB금융지주는 금감원 감독서비스총괄국의 금융지주팀, 국민은행은 은행서비스총괄국의 은행1팀이 각각 담당했다. 국민은행 PC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진 곳은 은행1팀이었다. 한 관계자는 당초 PC압수설이 불거지자 “문서자료가 부족해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자료 봉인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는 일부가 당황했지만 나중에는 모두 동의해 주더라”고도 했다. PC 압수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감독원의 종합검사는 해당 금융회사의 업무 및 재산 전반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부당하거나 부적절한 업무 처리를 한 것으로 의심이 가는 경우 무엇이든 들여다볼 수 있다”며 압수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맞받았다.

금감원이 국민은행 PC에 눈독을 들인 데는 국민은행 내부 제보가 있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 측이 주요 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면서 “파일을 지우는 것을 뻔히 아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금감원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뒤 돌연 PC압수설을 해명하고 나섰다.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내정자직을 사퇴하면서 ‘MB식 관치’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던 12월 31일이었다. 금감원 은행서비스총괄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업무 관련 자료만 별도저장장치(USB메모리)를 통해 제출받은 것”이라면서 “개인 PC를 수거해 갔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서는 내부에서조차 갸우뚱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 관계자는 “31일 해명자료 전까지는 다른 직원들도 PC는 당연히 떼어 간 것으로 알고 있고, 그게 12대냐 13대냐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서 “사실이 아니라면 왜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심지어 국민은행 측이 관련 사실을 흘렸을 것으로 추정하며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경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를 넘긴 1월 4일 추가 기자회견에 나선 주재성 부원장보는 이에 대해 “검사의 특성상 이렇게 했다 저렇게 했다 말할 수 없어 그동안 지켜본 것”이라면서 “왜곡된 보도가 계속 나가 적극 해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사 정정보도 요청에 대해서는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희대의 대형 오보에 대해 정정보도 요청을 하지 않고 넘어가겠다는 말이다.

금감원의 PC 압수 해명에 대해 국민은행 측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검사 기관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금융 당국이 (PC 수거를) 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해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